CULTURE

대형 몰로 몰린다

2015.01.20손기은

백화점 식품관 전쟁이 수그러들자 대형 몰 전쟁이 시작됐다. 맛집이라는 무기를 장착했고, 강력한 유인책을 하나씩 심었다.

Society판형

 

지난 10월, 잠실의 롯데월드몰을 시작으로 한 두 달 새 대형 몰이 경쟁하듯 문을 열었다. 잠실의 롯데월드몰, 삼성동의 코엑스몰과 파르나스몰, 반포동의 파미에스테이션. 모두 지하철로 20분 안에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붙어 있다. 당연히 경쟁은 뜨겁고, 이목도 쏠린다. 과거에도 입이 딱 벌어지는 규모의 몰(2009년 타임스퀘어, 2011년 디큐브시티, 2012년 IFC몰)이 문을 열었지만 지금과는 좀 달랐다.

가장 또렷한 이유 하나는 몇 년 사이 요식 업계를 쥐락펴락했던 백화점의 노하우가 총동원됐다는 점이다. 특히 백화점 식품관이 이룩 해놓은 식문화가 저변에 깔리면서 몰링은 이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유흥이 됐다. 롯데월드몰은 그간 백화점 식품관 경쟁에서 밀렸던 롯데의 야심이 그득 들어찬 곳이다. 신세계백화점이 딘앤델루카, 라뒤레 등으로 이슈를 만들고 현대 백화점이 피에르 에르메 등으로 연타석 홈런을 칠 동안 조용했던 롯데다. 하지만 이번엔 하드 록 카페, 빌즈, 피에프창 등 굵직한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신세계가 지분을 반 이상 가지고 있는 파미에스테이션 역시 해외 유명 맛집과 서울의 골목 맛집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노련미가 보인다. 코엑스몰 역시 백화점 급의 세련된 브랜드를 대거 들였다.

또 초기 유인책이 기존 몰들에 비해 확실하다. 다른 지점이 없고 입소문이 보장돼, 오지 않고는 못 배기는 매장을 하나씩 심었다. 롯데월드몰은 COS, 코엑스몰은 자라홈, 그리고 파미에스테이션은 대형 펍 데블스도어다. 이 매장이 화제가 되면서 손님이 몰리고, 그 참에 다른 매장까지 이득을 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몰이 모두 강남권에 집중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만큼 해외 대형 몰에 익숙한 손님이 많다는 뜻이고 자연히 평가도 냉정하다. 롯데월드몰은 층고가 높고 층간의 전망이 뻥 뚫린 것이 장점이다. 순식간에 외국 몰에 와 있는 기분이 드는 이유다. 또 음식점과 의류 매장의 위치가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졌다. 주차 사전 예약제나 안전 문제는 눈에 드러나는 단점이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국내에 첫 진출하는 새 브랜드로 이슈몰이를 하도 해서 한두 번 다녀오면 금방 질린다는 단점도 있다. 코엑스몰은 크기가 최대 장점이다. 매장 하나하나가 마치 플래그십 매장처럼 널찍하고 말끔하다. 다만 층고가 낮아 오래 있으면 답답하고 층 없이 너비만 넓어서 쉽게 피로해진다. 파미에스테이션은 (세련되진 않았지만) 유 럽풍의 인테리어가 중심을 잡는다. 다만 몰 전체가 음식점으로만 이루어져서 오래 머물긴 힘들다. 그리고 유동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매장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줄을 지나치게 길게 선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의외로 가장 돋보이는 곳은 작지만 강한 파르나스몰이다. 딘앤델루카, 마리메꼬, 레페토, 올세인츠 등 매장수가 적은 브랜드를 선별해 한 곳에 모으고 빵집 콘트란 쉐리에 같은 확실한 유인책도 심었다. 좋은 건 다 끌어 모은 대형몰을 넘어, ‘젊고 여유있는 주부’라는 명확한 타깃층도 보인다. 그러니 앞으로 콘텐츠를 풀어내기도 쉽다. 너도나도 대형 몰을 찾지만,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이 없으면 시간이 흘러 또 리뉴얼을 기다리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에디터
    손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