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커피, 콜드브루, 이름도 맛도 다양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여름이 제철이라는 사실.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는 (신기하게도) 더위를 누그러뜨린다. 그 소리가 더치커피, 콜드브루, 콜드드립이라고도 부르는 아이스커피 속 얼음이 내는 소리라면? 그걸 한 모금 왈칵 삼키다면? 여름은 차가운 목구멍으로 견디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테다. 스페셜티 커피로 뜨거웠던 카페들이 최근 더치커피로 더 ‘쿨’해지고 있다. (통상 해외에선 콜드브루 커피라고 부른다.) 약 10시간에 걸쳐 찬물로 커피를 뽑아내는데, 기존 커피와 비교하면 떫은 맛이 덜하고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더 부각되는 편이다. 향과 맛도 탱글탱글하게 살아 있는 것 같달까? 입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느낌도 손으로 물미역을 만지는 것처럼 매끄럽고, 뒷맛이 가뿐하다. 게다가 요즘은 카페마다 제각각 분별 있는 콜드브루 맛을 뽑아내고, 그에 걸맞게 다양한 디자인으로 테이크아웃 병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걸 집으로 가져와 원하는 비율로 찬물을 더하면 콜드 브루의 얼굴은 더 다양해진다. 기본은 커다란 얼음만 넣는 것. 여기에 커피(원액)와 우유를 1:2 비율로 넣고 얼음을 더하면 콜드브루 라테가 되고 커피 위에 그대로 아이스크림을 올리면 아포카토가 된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유통하는 콜드브루 커피 브랜드도 많아졌고, 정기적으로 콜드브루 커피를 배달해주는 곳도 생겼다. 하지만 역시나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러 한 병 사가지고 나오는 것이 맛이라는 이들을 위해, 아홉 가지 선택지를 준비했다.
01 동교동 DK1744 | 원액 250ml 1만1천원. 콜드브루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다. 원하는 커피 스타일에 맞춰 세심하게 추천해주는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병을 가져가면 가격이 내려가고, 4일 전에 예약하면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02 서교동 테일러 | 희석 500ml 1만원. 좋은 원두에서 좋은 콜드브루 커피가 나온다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 곳. 균형 잡힌 원두의 맛에서부터 거슬리는 것 없이 술술 넘어가는 콜드브루 커피의 매력까지 그대로 한 병에 담았다.
03 신사동 더 팬케이크 에피데믹 | 희석 500ml 1만2천원. 그 유명한 미국 스텀프타운 원두를 비행기로 받아 커피를 만든다. 진하고 묵직한 맛에 산미까지 더해져 한잔 마시고 나면 피가 팽팽 도는 기분이다. 위스키와 콜라를 섞은 콜드브루 칵테일도 마셔본다.
04 논현동 그린마일 | 원액 500ml 1만5천원. 증기와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인 사이폰으로 커피를 만드는 곳. 콜드브루 커피도 한 종류 판다. 사이폰으로 따뜻하게 내린 커피를 마신 뒤, 로스팅 기운이 진하게 스며든 콜드브루 한 병을 산다.
05 연희동 매뉴팩트 | 원액 500ml 1만2천원. 작지만 알찬 로스팅 카페. 콜드브루 커피는 싱글오리진과 블렌드 원두로 나누어 판매하고, 주마다 원두 종류가 달라진다. 근처에 산다면 자주 들러 다채로운 맛을 모두 정복해본다.
06 한남동 알렉스 더 커피 |희석 500ml 8천원. 얼음이 녹을 것을 계산해 비율을 맞춘 희석 콜드브루. 차가운 컵에 따라 마시면 더 좋다. 마실 때마다 꽃향기가 슬쩍 스치고, 뒤따라 새콤한 과일 향도 산뜻하게 퍼진다.
07 합정동 아이두 | 원액 500ml 1만5천원. 널찍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 좋지만, 이 병을 사서 집에 가는 것도 신나는 일일 듯하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방점이 찍힌 이집 커피는 벌컥벌컥 마시기도 좋다.
08 도렴동 홀드미 | 원액 750ml 1만7천원.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카페라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지만, 홀드미에서는 누구보다 정성스레 콜드브루 커피를 추출한다. 은근슬쩍 새콤하게 올라오는 산미가 매력적이다.
09 청담동 러브수 | 원액 350ml 1만3천원. 여리고 순한데 할 말은 하는 여자애 같은 콜드브루 커피를 만든다. 부드럽고 달콤하다. 작은 잔에 커다란 얼음을 띄워 한 잔 마시고, 또 한 잔 따른 뒤 보드카를 조금 타 마신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