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호랑이, 개구리가 각각 등장하는 세 영화의 아주 특별한 순간.
파올로 소렌티노 <더 그레이트 뷰티>, 2014
아핏차퐁 위라세타군 <열대병>, 2004
폴 토마스 앤더슨 <매그놀리아>, 1999
<더 그레이트 뷰티>는 볼수록 호기심과 의심을 더해가는 영화다. 강렬한 첫인상이란 늘 알 수 없는 그림자를 남기는 법일까? 지금 본 게 진짜였는지, 속임수였는지, 제대로 친 사기인지, 진정한 매혹이었는지 자꾸 돌아보게 만든다. <열대병>엔 켜켜이 밤이 쌓여 있다. 세상에 수백 가지의 검정색이 있다면 가장 진하고, 가장 맑은 검정색이 거기 있다. 밤의 정글. 온통 소리로 존재하는 것들. 그곳에 대해 과연 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간신히 콩알만한 불빛이라도 있어야 겨우 안심하는 척할 뿐. <매그놀리아>는 혹독하다. 치유니 위로니 하는 말은 진작에 발로 걷어차 버리고는 고통 밑의 고통을 내장까지 꺼내놓는다. 그런데 이 세 편의 영화에는 아주 특별한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되면, 영화가 잠시 멎는다. 힌트는 기린, 호랑이 그리고 개구리. 이미 이 영화를 봤다면, 3부작의 이름을 ‘애니멀 콜렉티브’라 지은 이유를 웃으며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에디터
- 장우철, 정우영, 양승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