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은 어느새 성큼이다. 아무도 모르게 바뀌어가는 중이다.
![니트 상의는 샌드 by 존화이트.](https://img.gqkorea.co.kr/gq/2015/07/style_55ee8d2d9532d.jpg)
니트 상의는 샌드 by 존화이트.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했다.) 지금 어디예요? 집 앞 카니발이요.
방에서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 지금 엄마가 피아노 치고 있어서요.
지금 되게 <풍문으로 들었소>의 한인상 같아요. 그 드라마가 많은 걸 바꿨나요? 네. 느끼는 게 많았어요. 전보다는 좀 여유가 생겼고요, 여유가 없더라도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을 하는 절 발견했어요. 조급해하지 않는 면들이랄까?
처음엔 안판석 감독의 요구에 따라 연기를 잘 맞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제 다시 <배우는 배우다>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안판석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했구나…. 사실 어떤 작품을 하든 감독님하고 견해차이가 좀 있었어요. 물론 감독님의 생각도 맞지만, 저도 제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어쨌든 저는 감독님 요구대로 해왔죠. 지금까지는요. 근데 처음부터 끝까지 제 마음대로 한 건 <배우는 배우다>랑 <풍문으로 들었소> 정도예요. 아예 저한테 다 맡겨주시고 “니가 정답이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동안은 다른 ‘쎈’ 장면에 묻혀서 그런지, 그 뒤의 바삭바삭한 생활 연기가 잘 안 보였죠. 다른 감독님들이 틀렸다는 건 아니에요. 다른 감독님들도 분명한 확신이 있었고 그래서 저도 따랐던 거고요. 그런데 <풍문> 안판석 감독님 같은 경우는 제가 의견을 내면 “니가 하는 건데, 니가 챙겨야지. 내가 어떻게 그걸 아냐?” 그래요. 그런 말들이 크게 와 닿았어요. 보답을 해야겠단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더 편안한 연기가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자연스러움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상황은 아니잖아요. 그 와중에 좀 멋있게 보이려는 배우들도 있고, ‘오버’가 더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준의 연기에선 그런 군더더기가 없었어요. 전 어떤 연기 스타일을 정해놓고 계속 연구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작품마다 매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제가 너무 못하는 거 같아가지고…. 그렇다고 완전 막 못한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뭔가 좀 아쉬운 거예요. 그게 뭔지를 알기가 쉽지 않은 거죠. 어쨌든 그런 과정 속에서 연기 인생을 끝마칠 거 같아요. 연기는 공식이 아니니까, 완성된 연기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풍문>에서 ‘내가 좀 잘했다’ 싶었던 장면은 있겠죠? 제일 마지막, 택시 안 엔딩 신이랑요, 1회 때 자살하려고 한강을 향해 내려가는 장면이요. 발만 딴 장면인데, 마음에 들었어요.(웃음)
보통 연기를 할 때 습관이나 어투 같은 것이 묻어난다고들 하죠. 늘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네, 있어요. 그런데 그걸 밝힐 수는 없어요. 이 인터뷰를 본 사람들은 다 알게 되니까…. 그런 건 저만 알고 있어야 돼요. 누가 눈치를 챈다면 어쩔 수 없는 건데, 스스로 제 단점을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예전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즐겨하는 말들을 발견하긴 했어요. “내 미래는 내가 선택하고 싶다”, “파도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그런 생각이 명확하게 있어야 인생을 갈아가는 데 더 좋지 않을까 해요. 연기를 할 때도 그렇고요. 일단 자신에게 무한한 신뢰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어떤 캐릭터를 하더라도 연기가 더 잘돼요. 자기를 못 믿으면 보는 사람도 불안하고요. 그리고 혹시나 의심이 드는 부분이나 실수가 있으면 깨끗하게 인정을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예를 들어 ‘나는 잘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문제야’라고 생각하면 계속 그 말만 하게 되는 거죠. 그동안 제가 자신이 없었던 활동은 다 욕먹었어요.(웃음) 이것도 뭔지는 말 안 할래요.
독해요? 저요? 음…. 사람은 무조건 독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없으면 그냥 평타.
이번에 개봉한 영화 <손님>에 대해서 얘기할까요? 어제 언론시사회가 있었죠? 만족해요? 아 그게…. 어제 보니까, 제가 좀 많이 편집이 됐어요. 제 분량이 많이 없더라도 영화가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이성민, 류승룡 선배님이 연기하는 것 보면서 계속 감탄했죠. 두 분이 무섭게 표현을 잘하셔서…. .
눈빛이라면 밀리지 않잖아요? 아, 그런데요, 제가 정말 장면이 뭐가 없어가지고….(웃음) 그냥 개인적으로 씁쓸하고 의기소침해지는 건 있지만요, 영화는 정말 좋았어요. 재미를 위해 제가 없어진 거라면 괜찮아요. 선배님들 졸졸 쫓아다니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천우희라는 친구도 얻었고요.
![셔츠는 바톤 권오수, 재킷은 포튼가먼트.](https://img.gqkorea.co.kr/gq/2015/07/style_55ee8d2db9180.jpg)
셔츠는 바톤 권오수, 재킷은 포튼가먼트.
요즘 또래 남자 배우들을 보면 어때요? 유아인, 박서준, 이종석, 임시완, 김수현…. 질투나 경쟁심이 치솟을 때도 있나요? 질투보다는…. 유아인 선배님 보면, 되게 행보가 멋있어요. 그 사람의 연기와 변신이 멋있는 거 같아요. 사실 제가 뭐, 경쟁을 할 수 있는 그런 위치도 안 되고요, 그냥 저는 또래 배우들이랑 같이 걸어가고 싶은 거죠. 제가 좀 늦더라도 뒤처지지 않고 잘만 쫓아갔으면 좋겠어요.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게 조심스럽나요? 누군가가 나를 자신과 비교하는 말을 하면 막 기분이 좋진 않을 거 같아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는 존중 받고 싶으니까, 다른 분들도 다 존중하는 거죠.
남녀노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우로서 어떤 지향점이 있다면요? 나탈리 포트만이요.
왜요? 모르겠어요 그 사람의 연기를 보면 뭔가 알 수 없는, 그런 범접할 수 없는,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아요. 특히 <블랙스완>이요.
본인도 잘 어울렸을 것 같아요. 무용수, 광기…. 아유, 전 하나도 못했을 것 같아요.(웃음)
지금보다 더 스타가 된 자신을 상상할 때도 있나요? 아, 그런 거 상상 안 해요. 그런 걸 왜 해요?
한류스타, 광고계의 블루칩…. 그런 날이 와도 되고 안 와도 상관없어요. 뭐 지금보다 더 못한 순간이 오든…. 사람은 항상 그렇잖아요. 백억이 있어도 천억이 있어도 고민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지금 자기 생활부터 만족을 해야죠.
요즘 지인들한테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뭐예요? 솔직하다. 솔직해서 탈이다. 뭐 물어보는 거 있으면 다 대답하고, 그냥 거짓이 없어 보인다고요.
그 사람들한테 뭐라고 해요? 그냥 웃어요.
속으로는요? 전 속으로도 똑같아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해요. 일부러 꾸며서 나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있어요. 자기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가면을 쓰고 뭔가를 보여주게 된다면 언젠간 다 ‘뽀록’이 날 거 같아요.
혹시 우리가 이준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아니요, 없는 것 같아요.
예능 프로그램에 한창 나올 때는 4차원이라는 소리도 들었잖아요. 그것도 저 맞아요. 그 이미지가 후회되는 건 없어요, 절대.
맥주파예요? 소주파예요? 맥주요. 에일 좋아해요. 소주는 맛이 없어요. 근데 사람들이랑 술 잘 안 마셔요. 항상 차를 갖고 다니니까, 특별한 날 아닌 이상 콜라 마시고 제가 운전해요. 그게 훨씬 편해요.
차 안에 혼자 있는 시간에 뭐해요? 그 안에서 노래를 부른다거나 연기를 한다거나, 혼자서 정말 많은 문화 활동을 하고 있어요. 달리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안 들려요. 제 얼굴도 안 보이고요. 막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 연습은 집에서 할 수 없으니까, 차에서 하면 재미있어요. 지하 주차장에 차 세워놓고 한참 막 그러고 있어요.
차 타고 어디로 훌쩍 갈 수 있다면요? 음…. 남해?
왜요? 그냥 거기까지 달리고 싶어요.
20대의 마지막 여름인데, 해보고 싶은 것도 없어요? 마지막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해야죠. 사실 저는 취미도 없고요, 아직은 일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거의 한 시간이나 흘렀네요. 이제 휴대폰이 너무 뜨거워요. 전 촬영한 사진 고르러 가볼게요. 아, 참! 저 부탁드릴 거 있어요. 이번 화보에 연기와 표정이 많이 들어가서, 잘못 고르면 되게 오글거릴 것 같아요. 백짓장 한 장 차이인데, 얼굴 주름도 1~2cm 차이로 확 느낌이 달라지잖아요. 많이 접히면 막 인위적으로 보이는 그런 거 있잖아요. 잘 골라주세요.
갑자기 기분이 상쾌하네요. 감사해요. 최대한 다양한 표정을 해본 건데, 화보 사진이 ‘발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니까요.
![셔츠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바지는 드리스 반 노튼.](https://img.gqkorea.co.kr/gq/2015/07/style_55ee8d2dda4e7.jpg)
셔츠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바지는 드리스 반 노튼.
![재킷과 셔츠는 모두 마크론슨.](https://img.gqkorea.co.kr/gq/2015/07/style_55ee8d2e0a0b2.jpg)
재킷과 셔츠는 모두 마크론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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