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배로 그러고는 해저로. 이 세 편의 영화를 잇는 선은 그렇게 바다로 나간다.
홍상수 <해변의 여인> 2006
제임스 카메룬 <타이타닉> 1997
웨스 앤더슨 <더 라이프 아쿠아틱 위드 스티브 지소> 2004
해변에서 배로 그러고는 해저로. 이 세 편의 영화를 잇는 선은 그렇게 바다로 나간다. 사실 그것 말고는 거의 아무 관계도 없다. 바다라는 이미지의 가장 친근한 해설인 ‘바캉스에서 생긴 일’ 따위도 없다. 심지어 <해변의 여인>에 바다가 나왔던가? 생각해보면 글쎄, 거기가 해변이라는 것조차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중요한 건 중래(김승우)의 말처럼 ‘이미지’일 지도 모른다. 1997년에 <타이타닉>이 개봉했을 때, 한국은 어지간히 어지러웠다. 누구는 금을 모아 나라 경제를 살리려는데, 누구는 달러를 퍼주며 직배 영화를 보느냐는, 너무 촌스러워 웃음만 나는 이야기. 두고두고 우려먹은 뱃머리 장면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셀린 디온의 그 노래까지. 이 영화를 둘러싼 많은 일은 오히려 이 걸작을 옹졸하게 가둬버린 느낌이다. 꼭 다시 봐야 할 영화. 그러고는 제임스 카메룬을 따라서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으로 잠수함을 타고 내려가는 방법도 있지만(< 딥 씨 챌린지 3D > 2014), 스티브 지소를 따라 통기타를 튕기듯이 해저로 들어가는 길도 있다. 웨스 앤더슨의 멋이 지금보다는 좀더 풋풋했던 시절.
- 에디터
- 장우철, 정우영, 양승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