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HERE AND THERE – 로마와 모스크바

2015.08.07장우철

어쩐지 닮은 두 곳. 필름카메라로 찍은 여기와 거기. 로마 팡테온과 모스크바 푸쉬킨스카야역.

로마 팡테온 천장 / 모스크바 푸쉬킨스카야역 샹들리에

“로마에 산다는 건 계절마다 팡테온에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로마에 살았더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모스크바에 산다는 건 아침저녁 출퇴근길마다 20세기를 통과하는 일입니다.” 내가 모스크바에 살았더라면 분명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로마는 걷잡을 수 없다. 보이는 모든 게 맹렬히 서로를 침범하려는, 젊음이 무상하고 늙음이 무색한, 문명과 폐허가 내내 같은 기운을 뿜는다. 팡테온은 로마의 유일한 침묵, 하늘로 파들어간 우물이다. 누구든 그 아래에선 멈추어선다. 그리고 전에 없던 생각 하나쯤 길어올리고야 만다.

모스크바. 전쟁이 끝난 도시, 이즘을 끊어낸 도시, 그리고 아무도 웃지 않는 도시. 격동의 20세기를 거치며 ‘방공호’ 개념으로 건설된 지하철역들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에스컬레이터의 경사, 30초가 멀다하고 잇달아 달겨드는 열차, 그 열차가 내는 굉음. 그런데 샹들리에가 있다. 그건 조금 어둡고 조금씩 흔들린다. 낭만적일 수는 없다. 제아무리 대리석으로 도배를 해놓았어도 그곳을 걷는 동안 휘파람이 불어지진 않는다. 과연 폭력적인 아름다움이라 느낀다.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