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화된 코트의 숙명.
수트 위에 덧입는 코트의 미덕은 얼핏 풍성하나, 사실은 몸을 따라 찰싹 달라붙는 유연함이다. 런던에선 재킷과 상관없이 코트는 여유로워야 아름답다고 믿는다. 전통적인 재단 방식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지닌 도시. 코트와 함께 입는 옷도 마찬가지다. 오버사이즈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커다란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엔 와이드 팬츠, 적어도 팬츠 폭이 종아리에 달라붙지 않는 정도의 여유를 더하는 식이다. 날렵한 트렌치코트엔 두꺼운 울로 만든 앙상한 팬츠를 재단한다. 한편, 런던에서 만든 코트들은 사진이나 영상보단 직접 손으로 만져야 훨씬 아름다운데, 이건 우아한 소재를 볼 줄 아는 자들이 유독 런던에 별처럼 많아서다.
- 에디터
- 오충환
- 출처
- In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