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내년 이맘땐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또 얼마나 추울까 상상하면 어느새 어깨와 허리가 저절로 굽는다. 짧은 여름, 파도에 몇 번 흠씬 두들겨 맞고 정신을 차려보니 가을은 생략한 채, 겨울이다. 폭설과 혹한의 전조가 보일 때마다 북극의 벌목공과 캐나다 산악 구조대원은 뭘 입는지 궁금하다. 울리치 존 리치 앤 브로스의 아틱 파카는, 실제로 영하 40도의 알라스카에서 일하는 수로 건설자들을 위해 1972년에 만들었다. 몸판은 오리 솜털과 깃털을 8 대 2 비율로 섞어 빼곡히 채웠는데, 이게 초콜릿이나 코코넛 오일쯤은 우습게 녹여버릴 만큼 따뜻하다. 게다가 모자에 풍성하게 두른 건 여간해선 얼지 않는다는 코요테 털이다. 겉면에 사용한 테플론 소재는 코팅이 잘된 프라이팬처럼 눈과 비가 스며들지 않고 통통 튕겨나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눈밭에서 뒹군다 해도 눈사람 될 일은 없다. 손목에는 쫀쫀하게 짠 립이 있어 어떤 매운 바람도 막아준다. 좀 더 따뜻하고 싶다면 파카 안쪽에 있는 스트링을 조인다. 뒤에서 누군가 꼬옥 안아주는 느낌이 들면서 옷과 몸이 더 찰싹 붙는다. 모자에 달린 스트링도 같은 역할을 한다. 또 아틱 파카 DF에는 모두 여섯 개의 주머니가 있다. 주로 손을 찔러 넣는 가슴 부분 주머니, 아웃도어의 상징인 플랩 포켓 그리고 안주머니. 무엇을 넣어도 좋지만, 연인의 손을 잡고 주머니 하나에 같이 넣는 게 최고다. 아직은 나 혼자지만.
- 에디터
- 박나나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