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반드시 부활이라고 부르고 싶다. 전설이 추억 아닌 현재가 되었으므로.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그 당시 휠라가 어떤 브랜드였는지 다 안다. 휠라 운동화 한 켤레는 가지고 있어야 ‘뭘 좀 아는 애’ 대접을 받던 시절. 하얀 농구화에 행여 검댕이라도 묻힐까 봐 학처럼 걸어 다니고,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머리보다 신발을 먼저 걱정했었다. 분명 그때의 휠라는 동경과 긍지의 다른 이름이었다. 너무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탓에 21세기 들어서는 오히려 잠잠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까닭에 휠라가 정구호 부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새롭게 태어난다는 소식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국내 론칭 23년 만에 처음 단행하는 리뉴얼인 만큼 그 규모 역시 대대적이다. 브랜드의 콘셉트부터 로고, 제품, 매장 인테리어까지 모든 것을 새로 정비했는데, 면면을 살펴보니 아예 새것처럼 반짝반짝거렸다. ‘내가 아는 휠라가 정말 이 휠라 맞나’ 싶을 정도로. 게다가 라인업도 강화했다. 기능성 라인은 트랙 퍼포먼스, 피트니스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세 개로 분류하고, 골프와 키즈, 언더웨어 라인까지 꼼꼼하게 꾸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전통적인 스타일과 현대적인 감성을 접목한 라이프스타일 라인, 휠라 오리지날레다. 스포티한 브랜드의 정체성 위에 캐주얼한 요소를 세련되게 배치한 방식은 새로운 휠라의 성격을 단적으로 설명한다. 단정한 피케 셔츠와 스웨트 셔츠, 저지 후디를 비롯해 과거에서 끌어올린 듯한 농구화와 큼지막한 로고 티셔츠까지. 한 켤레, 한 장 보고 있으면 탄성이 절로 난다. 옛 추억과 현재가 이렇게도 적절하게 섞일 수 있구나 싶어서.
- 에디터
- 윤웅희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