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신드롬, 매진, 열풍 같은 말들을 걷으면 딱 한 가지 사실이 남는다. 2015년 겨울에 우리는 조성진이 치는 쇼팽을 들었다.
결선에선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E단조, 작품번호 11번을 연주했다. 이 연주와 조성진의 표정에 대해, 그가 건반을 꾹 힘줘서 누르거나 스치듯했을 때의 소리와 음표에 대해 더 보탤 수 있는 말이 있을까? 3악장 마지막 2분 남짓의 폭발력에 대해서는? 연주가 다 끝났을 때, 조성진은 재킷을 여미면서 침착하게 웃고 있었다. 우승자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진행자는 이렇게 물었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조성진은 이렇게 대답했다. “1, 2, 3라운드가 힘들었습니다.” 결선을 제외한 모든 무대가 힘들었다는 얘기였다. 객석에선 기특함과 존중이 섞인 웃음소리가 들렸다. 결선 협주곡 무대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신기하게 안 떨렸다. 무대에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았다. 연주는 손이 저절로 하고 있었고, 나는 내가 연주하는 음악을 즐기면서 듣고 있었다.” 한 음악 애호가는 이렇게 말했다. “2009년 일본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이후 조성진 씨 연주는 거의 다 봐왔어요. 이번 콩쿠르 티켓도 이미 작년에 예매했죠. 현장의 호응은 정말 굉장했어요. 보통 악장과 악장 사이에 기침 소리가 꽤 큰 편인데, 조성진의 연주에서는 그조차도 조용했거든요.” 음악평론가 박제성은 이렇게 말했다. “스타로서의 성공보다는 연주회장에 와서 음악을 듣는 청중을 위해서 음악을 하겠다는 말, 콩쿠르에 나간 이유도 더 많은 연주 기회를 위한 거라고 조성진은 말해요. 콩쿠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거죠. 이번 우승도 그렇게 봐주셨으면 해요. 그의 음악 자체를, 조성진을 감상하는 차원에서 꾸준히 지켜봐주셨으면.” 프레데리크 쇼팽 인스티튜트가 유튜브에 올려놓은 결선 영상의 길이는 40분 52초다. 도이체 그라모폰이 발매한 조성진의 17회 쇼팽 국제 콩쿠르 실황 앨범은 총 72분 52초다.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의 모든 곡이 수록돼 있다. 다시, 이 아름다운 시간에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을까? 올해 스물한 살인 이 젊고 꾸준한 피아니스트 덕에, 우리는 지금 이곳의 모든 것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 에디터
- 정우성
- 출처
- WOJCIECH GRZEDZINSKI / FRYDERYK CHOPIN 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