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가게에서 파스타 한 그릇을 후루룩 비운다. 밖은 추운데 뱃속은 따뜻하기만 하다.
‘챠오’는 이탈리아어로 ‘안녕’이라는 뜻. 만날 때나 헤어질 때,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는 손짓과 표정으로 하는 말이다. 이주하 오너 셰프가 만드는 파스타는 그 자체로 “챠오!”다. 편하면서 화통하고, 명료하면서 거침없다. “소 한 마리가 있다고 쳐요. 다른 레스토랑에선 좋은 부위로 스테이크를 굽는다면 우리 집 같은 트라토리아에선 내장이나 사태로 와일드한 메뉴를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대표는 이런 생각을 ‘포르코 로소(붉은 돼지라 이름 붙인 돼지 내장 스튜)’로 푹 끓여냈다. 파스타 역시 쫀쫀한 그 생각의 범주에 있다. 짭짤한 면에 뺄 것이 없이 단순명료한 부재료 그리고 흥건한 게 아니라 착 감기는 소스와 꾸밈없이 푸짐하게 올린 모양까지…. 계절 생선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아쿠아파차 Aquapazza’에 리가토니를 더한 사진 속 요리는 예약이 필요한 메뉴다. 이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단골들의 ‘최종보스급’이다. “특색이 사라지는 게 싫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거 할래요.” 아쿠아파차의 국물까지 싹 떠 먹고 일어서는 길에 들은 이 말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챠오!”로 들렸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