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깨어난 펀치 칵테일

2015.12.24손기은

큰 사발에 담았다가 함께 나눠마시는 펀치 볼Punch Bowl 칵테일이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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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칵테일은 종종 오해를 받는다. 큰 유리볼에 담겨 있는 (술이 약간 들어간) 과일주스, 둥둥 띄운 얼음이 녹아 늘 싱거운 칵테일, 화채처럼 여름에만 먹는 음료수, 철이 좀 많이 지난 구식 술…. 이 오해는 칵테일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원드리치가 2010년에 출간한 책 <PUNCH>를 통해 서서히 허물어지는 중이다. 칵테일 시대 이전, 그러니까 18세기 즈음, 펀치는 당대의 ‘믹스드 드링크’였으니까.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등장한 펀치도 유명하다.(아래 세 번째 펀치가 소설 속에서 언급된 ‘스모킹 비숍’이다.) 펀치가 구식이라는 편견으로 저 멀리 밀쳐두기에는 그 매력이 아직 너무도 활기차다. 특히 열 명 남짓한 사람이 집에 모였을 때, 칵테일을 한 잔씩 만들다간 식탁이 엉망이 되고 말 테다. 이때 펀치는 맛있고 위대한 구세주다. 데이비드 원드리치는 <임바이브>와의 인터뷰에서 펀치의 매력을 “연회의 즐거움”이라고 표현했다. 이 즐거움은 바bar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어서, 해외에선 바텐더가 만든 펀치 칵테일이 바의 정식 메뉴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집에서도 만들어볼만한 네 가지 펀치를 소개한다.

펀치1

상그리아 혹은 와인 폭탄주 같은 느낌의 펀치 칵테일. 제철 딸기를 듬뿍 넣고 블루베리를 동동 띄운다. 과일이 모자라다 싶으면 오렌지나 귤을 수레 바퀴 모양으로 동그랗게 썰어 넣어도 좋다. 레드 와인은 너무 달지 않고 과실 향이 살아 있는 것으로 고른다. 스파클링 와인은 너무 비싼 샴페인이나 달아서 혀가 말려 들어가는 종류만 아니라면 다 괜찮다.

INGREDIENTS 레드 와인 1병, 스파클링 와인 2병, 브랜디 120밀리리터, 탄산수 1리터, 각설탕 약간. (20잔 분량)

HOW TO 01 차갑게 해둔 탄산수 한 컵에 각설탕을 녹여 커다란 볼에 붓는다. 02 레드 와인과 브랜디를 더하고 젓가락이나 스터러로 잘 저어준다. 03 천천히 녹을 만큼 큰 덩어리의 얼음을 넣고 스파클링 와인을 붓는다. 나머지 탄산수를 다 붓는다. 국자로 떠서 온더록 잔이나 작은 와인잔에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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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 디아블로 카베르네 소비뇽, 산테로 피노 샤르도네, 레미마틴 VSOP.

 


 

펀치2

아페롤은 이탈리아의 명성 드높은 식전주다. 쌉싸래한 맛과 달콤한 오렌지 향이 차지게 엉긴 술이다. 아페롤에 이탈리아의 프로세코 와인을 섞어 칵테일로 마시는 술인데 이를 펀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탄산과 얼음은 펀치 칵테일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첨가해야 맛이 맥없이 풀어져버리는 걸 방지할 수 있다.

INGREDIENTS 아페롤 1병, 드라이 베르무트 1병, 자몽주스 800밀리리터, 드라이 스파클링 로제 1병, 클럽소다 2캔, 타임, 각얼음 약간. (20잔 분량)

HOW TO 01 이탈리아의 식전주인 아페롤 한 병과 드라이 베르무트 한 병을 커다란 볼에 섞는다. 02 달지 않은 자몽주스를 넣고 서너 시간 그대로 둔다. 03 손님들이 오기 30분쯤 전에 볼에 담아둔 술을 꺼내 달지 않은 로제 와인 1병과 탄산수 2캔(약 500밀리리터)를 마저 붓는다. 얼음과 타임 허브를 적당량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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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 아페롤, 간치아 모스카토 로제, 노일리 프랏, 피코크 자몽주스.

 


 

펀치3

따뜻한 와인에 향신료를 더하면 콧구멍이 뻥 뚫리는 겨울의 펀치가 완성된다. 레드 와인에 브랜디를 더해 알코올 도수를 올린 포트 와인 한 병이면 좀 더 간편해진다. 오렌지로 만든 가니시는 펀치 볼에 몰아 넣거나 잔에 하나씩 올린다. 오븐에 넣고 조청색이 돌 때까지 구워서 올리면 향이 뚝뚝 떨어진다.

INGREDIENTS 포트 와인 1병, 레드 와인 1병, 설탕 100그램, 물 200밀리리터, 생강가루·올스파이스· 넛맥가루 약간씩. (10잔 분량)

HOW TO 01 깊고 큰 곰국 냄비를 깨끗이 닦아 포트 와인, 레드 와인, 물을 콸콸 붓는다. 향신료를 티스푼 끝으로 조금만 떠서 더한 뒤 약한 불에 데운다. 02 오렌지를 반으로 잘라 두 손으로 즙을 꽉 짜낸다. 03 오렌지를 동그랗게 썬 뒤 정향을 사이사이에 꽂아 가니시를 만든다. 유리 찻잔이나 커피잔에 부어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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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 테일러스 파인 타우니 포트, 라 비에이유 페름 루즈, 아쿠아파나.

 


 

펀치4

데이비드 원드리치의 <PUNCH>에 소개된 칵테일. 집에서 만들 땐 내열 접시를 사용하고 무조건 불조심부터 해야 한다. 술 마시다가 데면 위로 받기도 힘들 테니까…. 그럼에도 굳이 불을 붙이는 이유는 레몬 껍질에서 향을 뽑아내기 위해서다. 식힌 뒤 얼음을 넣어 손님 앞에 내놔도 좋다.

INGREDIENTS 럼 400밀리리터, 브랜디 250밀리리터, 홍차 1리터, 레몬 3개, 설탕 150그램. (8잔 분량)

HOW TO 01 내열 기능이 있는 볼에 감자칼로 툭툭 깎아낸 레몬 껍질과 설탕을 넣고 조물조물 섞는다. 럼과 브랜디를 더하고 쇠숟가락으로 술을 한 술 뜬다. 02 성냥에 불을 붙여 숟가락으로 가져간다. 화르르 불이 붓으면 숟가락을 냄비 안에 넣는다. 03 불길을 3분간 유지하다가 뚜껑을 덮어 불을 끄고 레몬 껍질을 걷어낸다. 04 레몬 알맹이의 즙을 짜 더하고 홍차 우린 따뜻한 물 1리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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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 레미마틴 VSOP, 바카디 블랙 다크럼, TWG 티 파티.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