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벤틀리와 <GQ KOREA>는 지구에 딱 두 때뿐인 플라잉 스퍼를 비밀리에 만들어왔다. 두 대의 벤틀리는 지난 10월 13일 신라호텔에서 공개됐고, 벤틀리 서울은 이 두 대의 플라잉 스퍼에 ‘코리아 에디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대 다, 곧 주인을 만났다. 차마 밝힐 수 없는 두 사람과 그들의 친구, 가족은 이제 벤틀리의 품위와 호사, <GQ KOREA>의 역사 또한 소유하게 됐다. 이것은 그 시작과 끝, 영원히 고전으로 남을 두 대의 플라잉 스퍼에 대한 침착한 기록이다.
BENTLEY × GQ FLYING SPUR KOREA EDITION
엔진 5,998cc W12 가솔린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풀타임 사륜구동
최고출력 625마력
최대토크 81.6kg.m
최고속도 시속 322킬로미터
0-100km/h 4.6초
문을 열면 이 도어 플레이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벤틀리 플라잉 스퍼 코리아 에디션’을 만든 주체는 셋이다. 뮬리너MULLINER는 벤틀리의 모든 수제작 옵션을 책임지는 부서다. 안전 기준에 벗어나지 않는 한 고객의 거의 모든 요청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는 이 플라잉 스퍼에 정체성과 세부의 기준을 제시했다. “DESIGNED BY SANG YUP LEE”는 결정적인 한 줄이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벤틀리 영국 본사에서 외관 및 선행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우리의 모든 아이디어를 이토록 멋지게 구현해낸 사람, 디자이너 이상엽의 이름이다.
BLACK EDITION 블랙 에디션의 외장은 검정색과 회색의 투톤이다. 보닛 가운데 부분부터 천장을 지나 트렁크까지가 회색, 나머지 부분이 검정색이다. 검정색의 이름은 오닉스다. 깊고 깊은 검정색 광물의 이름이다. 누군가의 눈동자처럼 깊고 그윽하다. 회색의 채도는 검정의 그윽함과 맥을 같이했다. 햇빛 아래, 두 가지 색깔은 서로 배치되지 않고 마냥 어울린다. 그로부터 블랙 에디션만의 격이 생긴다. 검정색과 회색은 또한 남자 수트의 가장 기본이 되는 두 가지 색깔이기도 하다. 정중한 수트, 블랙 에디션의 시작이었다.
WHITE EDITION 블랙 에디션이 수트라면 화이트 에디션의 단서는 흰색 셔츠였다. 이 흰색의 이름은 그래시어glacier 화이트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빙하의 선명하고 깊은 흰색. 멀리서 보면 투명한 듯도, 창백한 듯도 하다. 가까이에선 빛이 나는 것 같기도, 반짝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지는 햇빛을 받을 때도 오로지 희고, 여전히 깊으며, 그러므로 아름답다. 한국에서 벤틀리가 투톤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는데, 화이트 에디션의 담백한 흰색 차체는 유일한 투톤 벤틀리인 블랙 에디션과 짝을 이뤄 유난히 돋보인다.
2014년 여름, 신라호텔 23층 회의실에 모인 사람은 8명이었다. 그 회의에 대해 쓴 기사의 제목은 ‘A Hidden Project’였다. 모든 게 비밀이었다. 대신 윤곽이 잡힐 때마다 소식을 전했다. 기대감은 천천히 고조되는 것 같았다. 아름다움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측할 수 없는 채 시간이 흘렀다. 디자이너 이상엽과는 벤틀리 본사가 있는 영국 크루에서 만나 두 번째 미팅을 했다. 공장에선 그들이 벤틀리를 만드는 순간을 눈으로 확인했다. 하루에 31대씩 고요하게 생산하는 영국 교외의 공장. 가죽은 북유럽 추운 지역의 울타리 없는 농장에서 자란 수소의 것을 쓴다. 추운 지역이라야 모기에 물린 자국이 없고, 수소여야만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가죽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왕자가 주문한 벤틀리, 데이비드 베컴과 영국 왕실을 위한 벤틀리, 중동의 누군가 주문해 지금 막 바느질로 꿰매고 있는 벤틀리가 다 거기 있었다. 뮬리너는 벤틀리의 한 부서다. 고객이 원하는 거의 모든 옵션을 구현할 수 있다. 전 세게에 단 한 대뿐인, 가장 개인적인 벤틀리를 소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벤틀리 ‘코리아 에디션’은 벤틀리 영국 본사에서 외관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 이상엽의 감각을 빌이 뮬리너 부서의 실력으로 완성됐다. <GQ KOREA>는 이상엽 디자이너와 전체적인 콘셉트를 조율하는 작업을 세세하게 진행했다. 지난 10월 13일, 벤틀리가 초청한 VIP로 신라호텔 어느 홀 안이 가득 찬 가운데 두 대의 플라잉 스퍼가 공개됐다. 객석에선 낮은 탄성이 터졌다. 곧이어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소리, “예쁘다, 그렇지?” 조용하게 묻는 목소리…. 이 두 대의 차를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제작한 우리 모두의 기억과 노력의 방점이 그 순간에 찍힌 것 같았다. 곧 벤틀리 서울은 플라잉 스퍼 코리아 에디션이 모두 계약됐다는 소식을 <GQ KOREA>에 전해왔다. 우리는 조용히 웃었다. 벤틀리 플라잉 스퍼 ‘코리아 에디션’과 함께하는 모든 이에게 안전과 평화, 영원한 행복을.
- 에디터
- 정우성
- 포토그래퍼
- 이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