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Stranger

2016.02.04오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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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소나기처럼 달려들어도 불현듯 찬바람이 매섭게 등을 때린다. 이럴 땐 포근하고 커다란 스카프만 생각난다. 매일 목에 걸지 않아도 한 번은 품고 싶어서. 가벼운 봄 코트 안에 감추듯 둘러매고 거리로 나서면 그 여름이 보일 것 같다. 이쯤 되면 에르메스에 촬영용 스카프가 도착했는지 전화부터 한다. 파리에서 보낸 스카프를 보면 봄이 더 빨라질 것 같아서. 촬영용 스카프를 받아 들고 이불처럼 활짝 털었다. 그러자 겨울의 경계선이 펼쳐졌다. 올해는 캐시미어와 실크를 섞어 만들었는데 공기에 산화되지 않은 피부처럼 부드러워서 숨을 삼키다 바람이 샜다. 140 X 140센티미터의 가장 큰 스카프에는 아라비아 무늬와 말 그림을 겹쳐놓았다. 그래서 이름은 CHARABIA라고 지었다. 말Cheval과 아라비아Arabia를 합친 새로운 말. 기묘한 이름만큼 아름다웠는데, 목에 걸다 여름이 오면 액자로 만들어 침대 위에 걸고 싶다.

    에디터
    오충환
    포토그래퍼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