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MR.LINDBERG

2016.03.06GQ

린드버그 아이웨어의 인본주의적인 CEO 헨릭 린드버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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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자주 오는 것 같다. 한국엔 똑똑한 손님이 많아서 자주 와봐야 한다. 이번엔 도산공원에 있는 홀릭스 안경점에서 린드버그 아이웨어 전시를 해서 보러 왔다. 똑똑한 손님? 린드버그 안경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들 말이다. 안경은 좀 까다로운 분야다. 그저 예쁘다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뭔가를 살 때,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하길 원한다. 린드버그 안경은 기술적으로 구조가 얼굴에 잘 맞고 가벼워서 오래 쓰는 걸로 유명하다. 그게 우리의 문제다. 사람들이 렌즈만 바꾸고 안경테는 자주 사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평균 4년 정도 쓰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안경테를 모으는 남자도 많고, 또 패션에 민감한 나라일수록 린드버그 신제품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의 고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안경점이다. 린드버그 아이웨어는 각 나라의 현지 안경점을 통해 판매한다. 린드버그 안경을 사는 사람에 관해 어떻게 그리 잘 아나? 우린 모든 면에서 정교한 걸 원칙으로 한다. 만드는 건 물론이고 완성, 포장, 마케팅 방식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안경점에도 많은 걸 요구한다. 안경점도 우리에게 많은 걸 바란다. 안경점의 요구가 많다는 건 린드버그 안경을 사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게 많다는 얘기다. 린드버그가 가진 수많은 정보를 안경점을 통해 긴밀하게 나눈다. 그런데 온라인에선 린드버그 안경을 본 기억이 없다. 우린 아직 온라인 시장에 대한 계획이 없다. 신발을 살 때도 치수라는 게 있지만, 각 브랜드마다 치수가 미세하게 다르다. 신어보고 만져봐야 정확히 내 신발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하물며 신발도 그런데, 얼굴에 쓰는 안경이나 선글라스는 온라인으로 살 수 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안경은 직접 써보고 렌즈가 눈썹과 눈에 어떻게 맞는지, 귀 뒤로 테가 착 내려 앉는지 어떤지까지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이탈리아 양복점에서 테일러 수트를 맞추는 것 같은 의미인가? 그렇다. 수트에 서명을 해주는 것처럼 린드버그 안경에는 일련번호가 있다.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언젠가 출장을 가 호텔방에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린드버그 씨의 안경을 수영장에서 주웠다고 했다. 안경에 린드버그라고 적혀 있어서 내 것인 줄 안 것이다. 그런데 그건 내 안경이 아니었다. 일단 받아서 일련번호를 체크해 중국의 한 손님이 주인이란 걸 알아냈다. 그리고 집으로 보내줬다. 어떤 호텔이었나? 하얏트 호텔이었던 것 같다. 체인 호텔을 좋아하나? 파리에 가면 코스테 호텔에 묵기도 하지만, 하얏트 호텔을 선호하는 건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위치가 좋고, 미팅 룸이 있다는 점이다. 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길에서 시간을 버리는 게 싫다. 유명한 부티크 호텔은 침대도 불편하고 시내에서 먼 경우가 많다. 자기 전에 어떤 술을 마시나? 난 우유를 제일 좋아한다. 덴마크 우유 먹어봤나? 지방이 많아 훨씬 맛있다. 우유라고 대답한 사람은 처음이다. 술은 물론 진토닉이나 보드카를 좋아하지만, 자기 전엔 우유가 최고다. 그래도 호텔에서 쉴 땐, 뭔가 우유보단 술이 좋을 것 같은데. 난 일하느라 비행기에서 살기 때문에 굳이 어디로 휴가를 가고 싶진 않다. 오르후스 내 집에 있는 게 제일 좋다. 오르후스나 코펜하겐에 와본 적이 있나? 코펜하겐은 <월페이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았다. 아직 못 가봤다. 꼭 와봐야 한다. 이곳에 와보면 린드버그 안경이 왜 실용적이면서 아름답기까지 한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에디터
    김경민
    포토그래퍼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