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맥긴리 (Photographer 사진가) 빛이 사방으로 퍼진 날 공중에 뜬 벗은 몸, 풀숲이나 동굴에 널브러진 역시 벗은 청년의 사진이라면 둘 중 하나다.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이거나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을 따라 했거나.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을 두고 청춘이나 자유를 얘기하지만 충분한 단어들은 아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사진가처럼 보이지만, 미국 동부에서 나고 자라 문화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냈고, 매거진이나 패션 광고처럼 상업 사진에도 능통한 유연한 사진가다. 라이언 맥긴리는 민주당을 지지하며, 요가와 아사히볼로 하루를 시작하고, 질릴 정도로 꼼꼼한 준비를 거쳐 마음에 드는 컷이 나올 때까지 온종일 사진을 찍는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 강아지 딕이 어디 갔을까. 그리고 카니예 웨스트 새 앨범을 어디서 다운 받지? 그래서 다운로드를 받았나? 그전에 침대에서 뛰쳐나와 15분 동안 요가를 했다. 매일 아침 하는 일이다. 아침으로 먹은 건? 차이나타운 다임즈란 카페에서 매일 타코와 아사히볼을 먹는다.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어젯밤 영화 < 주랜더 2 >를 보러 갔었는데, 친구와 그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문자로 나눴다. 지금 사는 곳은? 20년째 뉴욕 맨해튼에 살고 있다. 맨해튼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어딘가? 카날 스트리트부터 14번가로 이어지는 길을 좋아한다. 스무 블록쯤 된다. 그리고 이스트 강부터 서쪽까지 가로로 이어지는 길도 괜찮다. 해가 지기 직전 빛이 가장 예쁠 때 이 길을 따라 걷는다. 마법 같은 시간이다.
좋아하는 바닷가는 어디인가? 마이애미 해변. 뉴욕과 가깝기 때문이다. 아침 8시에 비행기를 타면 오후 1시에 바다를 볼 수 있으니까. 마이애미에 가면 어디에서 지내나? 더 스탠더드 스파. 터키식 공중목욕탕이 있는 곳이다. 마이애미에 갈 때마다 꼭 그곳에서 머문다. 올 여름휴가도 마이애미에서 보낼 예정인가? 솔직히 따뜻한 곳이라면 어디든 좋겠다. 지금 뉴욕은 정말 미친 듯이 춥다. 미친 듯이 추울 땐 뭘 입나? 겨울에는 항상 칼하트와 파타고니아 옷만 입는다. 요즘 듣는 음악은? 프리티오츠라 불리는 밴드의 노래를 듣고 있다. 친구 케이가 속한 그룹이다.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에일린 마일스. 그녀의 첫 번째 소설 < 첼시 걸스 >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다. 1970년과 1980년대 초의 맨해튼 로워 이스트 사이드에 관한 또렷한 기억을 담은 얘기다. 열다섯 살 때는 뭘 했나? 머리는 초록색이었고, 매우 반항적이었다.
오늘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는? #DicktheDog. 내 개를 칭하는 해시태그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처음엔 스튜디오의 직원이 딱 한 명이었다. 근데 지금은 총 열 명이 일하고 있다. 요즘 열중하고 있는 건 뭔가? 그리고 앞으로 전시 일정은 어떤가? 지금 뉴욕 팀 갤러리에서는 < Fall >과 < Winter >란 제목으로 내 사진을 전시 중이다. 그리고 곧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 The Four Seasons >란 이름으로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GAMeC(Galleria D’Arte Moderna e Contemporanea di Bergamo)에서 2월 19일부터 3월 15일까지 전시한다. 그 다음엔 도쿄 오페라 시티 아트 갤러리에서 4월 16일부터 7월 10일까지 회고전을 갖는다. 이 전시들을 준비하느라 진짜 바쁘다. 베르가모에서 열리는 전시는 사계절에 관한 사진 전시인가? 그렇다. 방마다 계절에 관한 색을 표현하기로 했다. 어떤 방은 밤하늘 이미지들로 꽉 채울 거고, 또 어떤 방에서는 지난 10년 동안의 내 작품을 볼 수 있다.
전시될 사진을 봤다. 한겨울의 야외 촬영은 정말로 쉽지 않다. 어떻게 얼음 동굴에서 모델들에게 벗으라고 할 수 있나? 그리고 그 동굴은 어떻게 찾았나? 촬영을 준비할 땐, 장소를 찾는 데 엄청난 시간을 쏟는다. 특히 춥거나 위험하거나 극적인 조건일 때는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할 수 있는 안전장치, 안전요원은 다 준비한다. 얼음 동굴 촬영 때는 모델이 춥지 않도록 얼음낚시에서 쓰는 텐트로 따뜻한 임시 사우나를 만들었다. 두꺼운 코트도 한 아름 챙겼고, 트렁크 한가득 손난로를 채워 갔다. 모델들이 촬영 외에는 절대로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수많은 컷 중에서 A컷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하다. 우선 컴퓨터 앞에 앉아 촬영한 양의 반 정도를 걸러낸다. 눈에 띄는 사진들을 프린트해서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몇 장을 고른다. 그 사진들을 다시 편집도 해보고, 시간을 두고 보면서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고른 사진들을 휴대전화에 넣고 틈틈이 보다가 최종 A컷을 정한다.
어떤 작업을 할 때, 꼭 지키는 당신만의 방식이 있다면? “준비의 실패는 언제나 실패의 준비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비상시를 대비한 차선책을 염두에 둔다. 어떤 경우에서든 즉흥적으로 뭔가 바뀌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 주 뒤로 미루고 싶은 게 있다면? 쉬는 것.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리촐리에서 출판한 내 사진집 둘. < Whistle for the Wind >, < Way Far >. 당신과 다르지만 인정하는 스타일을 가진 사람은? 팟캐스트 호스트 맥 매론. 자라면서 당신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구인가? NPR의 테리 글로스, 테런스 맬릭과 구스 반 산트의 수많은 영화. 소셜 미디어로 당신의 사진을 본 적이 있나? 이젠 모든 사람이 나처럼, 내가 찍는 방식으로 사진을 찍을 줄 아는 것 같다. 최신 유행에 관한 생각은? 셀카봉? 이해하기 힘든 유행이 있다면? 스냅챗은 또 뭐란 말인가. 그렇지만,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언을 남긴다면? 사진만은 살아남기를.
- 에디터
- 오충환, 김경민
- 일러스트
- 조성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