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문묘 은행나무가 새잎을 내놓았다. 4백 몇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일. 봄은 서울에도 왔다. 서울의 산에, 서울의 물에, 서울의 길, 서울의 꽃, 서울의 방, 서울의 창, 서울의 몸, 서울의 빛에…. 요즘 서울에 살고 있는 10인의 사진가가 봄을 맞으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서울의 꽃 창경궁 홍화문을 열자마자 팝콘처럼 터지는 건 팝콘이 아니라 꽃이다. 자두나무와 살구나무와 앵두나무와 매실나무와 벚나무를 올해는 구분할 수 있을 텐가? 벚꽃이 어디까지나 데이트와 쌍을 이룬다면 목련은, 특히 밤 목련은 마중이나 배웅이라는 감정과 더 가깝다. 그런데 목련은 우리 집 마당이 아니라 남의 집 담장 안에 핀 것이 더 아름답다. 그만큼 낯을 가리는 꽃나무라는 뜻일까? 발 빠른 척하는 DJ는 3월 15일부터 버스커버스커 노래를 틀기 시작하고, 마음이 앞서 달리는 이들은 품종별 개화 시기를 따져 꽃의 지도를 만든다. 물론 게으른 자들을 위한 선택도 있다. 벚꽃이 지고 나면 복사꽃이 피고, 복사꽃이 지고 나면 귀룽귀룽 귀룽나무 꽃이 매달리고, 그러는 내내 철쭉은 지칠 줄도 모르고 피어 있을 것이다. 4월에 서울에서 꽃 보는 일을 여유라 말하는 건 옹졸한 변명이다. 4월의 서울은 눈뜨면 바로 꽃이다.
- 에디터
-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