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문묘 은행나무가 새잎을 내놓았다. 4백 몇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일. 봄은 서울에도 왔다. 서울의 산에, 서울의 물에, 서울의 길, 서울의 꽃, 서울의 방, 서울의 창, 서울의 몸, 서울의 빛에…. 요즘 서울에 살고 있는 10인의 사진가가 봄을 맞으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서울의 물 로마에 가면 분수에 손을 넣게 된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그럴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만의 놀이터인 분수는 도심의 여유가 아니라 계절의 키즈 이벤트가 되었다. 물론 서울엔 한강이 있으니까 물 구경이 아쉽지는 않다. 한강은 늘 묵직하고 시원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강에는 더럽다는 인상 또한 완강하다. 거기서 수영을 즐기기는커녕 발을 담그는 것도 어쩐치 불쾌한 형편이다. 1960년대까지 은빛 모래톱이 그리도 넓게 펼쳐졌다는 한남동은 과연 어떤 풍경이었을까? 어떤 빛에 어떤 색이었을까? 서울은 산의 도시답게 계곡과 지천 또한 많다. 호수도 분수도 어항도 생수통도 제법 많다. 웬걸, 정말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이 물처럼 맑다는 인상은 좀처럼 샘솟지 않는다. 뭔가는 거짓말이라는 얘기가 될까.
- 에디터
-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