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문묘 은행나무가 새잎을 내놓았다. 4백 몇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일. 봄은 서울에도 왔다. 서울의 산에, 서울의 물에, 서울의 길, 서울의 꽃, 서울의 방, 서울의 창, 서울의 몸, 서울의 빛에…. 요즘 서울에 살고 있는 10인의 사진가가 봄을 맞으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서울의 산 “서울은 어디서나 산이 보이잖아요.” 누구에겐가 들은 말인지 어쩌다 내게서 나온 말인지 모르나, 생각날 때마다 그 말이 참 맞아서 빙그레 웃게 된다. 북한산, 관악산, 인왕산, 남산, 도봉산…. 우리는 숫제 산속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산이 주는 시각적 쾌감은 여실하다. 유난히 시계가 멀리까지 닿는 날이면 동호대교를 남쪽으로 건너면서, “관악산 다람쥐가 보인다”는 뻥이 절로 나온다. 모임별 byul.org 이 2007년에 ‘빛으로 만들어진 도시’라는 제목으로 음악을 선보였을 때, 머릿속으로는 한남대교를 북쪽으로 건너면서 보이는 하얏트 호텔과 타워의 불빛이 실제보다 더 영롱하게 반짝거렸다. 산속에서 산 바깥을, 산 바깥에서 산속을 보는 일. 어쩌면 서울의 허공에는 그 수많은 시선이 리본으로 엮이고 있는 게 아닐까? 이미지 검색으로 겸재 정선의 < 인왕재색도 >를 펼쳐본다. 호암미술관으로 전화를 걸어 지금 혹시 그 그림이 어디에 걸려 있는지 묻고도 싶다.
- 에디터
-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