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스타 K 6 > 결선 무대에서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그대에게 제일 먼저 자랑”할 거라던 곽진언은 데뷔 앨범 < 나랑 갈래 >를 내놓고도 자랑할 줄 몰랐다. 그의 자랑이라고는, 말보다는 노래를 잘한다는 것 정도?
세상으로 나온 기분이 어때요? 아직 한 게 많지 않아서 실감이 안 나요.
< 슈퍼스타 K 6 >에서도 몇 번이나 실감이 안 난다고 했었죠. < 슈퍼스타 K 6 >는 자의로 나간 건가요? 아무도 제가 슈스케에 나갈 거라고 생각 못했을 거예요. 창피해서 주변에 얘기를 안 했어요. 근데 생각을 바꾸니까, 이걸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이 창피했어요.
어떻게 바뀐 거예요? 처음엔 슈스케를 예능 프로그램으로 봤어요. 안 좋은 생각이 많았는데, 음악에 뜻을 품은 사람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등용문이 슈스케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보니까 시각이 바뀌더라고요.
일단 도전해보자? 스물네 살이었는데, 군대에 다녀와서 변한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음악을 직업으로 삼기 어려운 환경이고, 언제까지 나 혼자 좋자고 음악 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았죠. 그래서 뭔가 해보기로 한 거예요.
그렇게 우승을 거머쥐었죠. 슈퍼위크에서 떨어지는 게 목표였어요. 머릿속에서 한 번도 그려본 적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죠. 슈퍼위크에서 떨어졌을 때 웃은 게, 정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해서였거든요.
진취적이네요. 누가 등 떠밀지 않으면 혼자서 하고 싶은 것만 하는 타입인 줄 알았어요. 완전 그렇죠. 모든 걸 등 떠밀려서 해요.
회사에서 빨리 음반 내라고 등 떠밀진 않았나 봐요? 압박이 크진 않았어요. 회사에 이적, 김동률처럼 곡 쓰는 분들이 있으니까, 압박해서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빨리 하자~” 얘기만 하지 마감을 정하고 그러진 않았어요.
1년반이라는 시간에 어떤 사정은 없나요? 작업 기간이 길었던 건가요? 빨리 끝났으면 빨리 나왔을 거예요. 스스로 만족이 안 돼서 수정을 거듭했어요.
노래는 준비된 상태였죠? 맞아요. 근데 정규 앨범이고 데뷔 앨범이다 보니 압박이 배가 됐어요. 그냥 하던 대로 대충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 싶었어요. 편곡도 녹음도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욕심 때문에 오래 걸렸어요. 계속 다시 녹음하고, 욕심 부려서 많이 넣었다가 도로 다 빼고.
고민 끝에 자신으로 돌아왔나요? “최대한 나답게 했다”고요. 평소 안 하던 건 다 없앴어요. 자연스럽게 제 공연처럼 어쿠스틱한 편성이 되더라고요. 제 옷을 입은 기분이 들었고, 워낙 많이 부른 곡들이다 보니 감정이입도 잘됐고요. 결국 처음으로 돌아온 거죠.
사실 ‘최대한 나답게’라는 말이 좀 모호했어요. 예전에 했던 포스트록 밴드 로슬로우Lowslow의 영상을 봤어요. 진언 씨는 재즈 드럼을 친 적도 있고, 기타 세션도 했죠. 음악적 스펙트럼이 상당한 사람의 ‘나답다’는 말이에요. 그 말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곽진언은 이 모습이라는 건가요? 진짜 나의 모습을 찾았다는 건가요? 저답다는 표현은 제 본모습을 찾았다기보다 제가 자주 듣고 좋아하는 음악을 했다는 거예요. 근데 사실 아직 정리가 안 됐어요. 앨범 녹음이 3월 말에 끝나서 저도 많이 못 들었어요. 이 음악이 저한테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래도 1년 동안 힘들게 했으니까, 일단 있는 그대로 만족하는 거죠. 아니, 만족은 힘들고, 아껴요. 제 곡이니까. 제 안에서 나왔으니까.
첫 앨범인데 욕심이 좀 없는 것처럼 들리기도 해요. 앞으로 보여드릴 모습이 많다는 게 제 데뷔 앨범의 유일한 핑계거리가 아닐까 싶어요. 이 말이 정말 핑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택은 늘 반반이죠. ‘나답게’라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욕심이 없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사람은 참 진실하구나, 라는 믿음이 생기기도 해요. 입만 열면 뻥인데. 하하.
노래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뭐예요? 가사 전달이요. 주로 가사 좋은 노래를 찾아서 듣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가사에 무게를 많이 두고 있는 것 같고, 항상 가사를 잘 쓰고 싶어 해요.
가사가 뛰어난 곡 하나 얘기해줄 수 있어요? 요즘 자주 듣는 건 조규찬의 ‘잠이 늘었어’요. 가사에서 어떤 장면이 그려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선들이 보이고 이런 게 되게 좋더라고요.
좋은 가사는,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노래에 실어서 표현하는 건가요? 맞아요. 제가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가사가 중요한 것 같아요. 누가 들어도 자기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열린 가사가 좋아요.
‘자랑’도 그런가요? 하하. 네, 애매하죠. 그대가 누군지 말하지 않잖아요. 들으면서 자랑하고 싶은 대상을 떠올릴 수 있다면 제가 잘 전달한 거겠죠.
진언 씨가 보여준 최고의 순간은 < 슈퍼스타 K 6 > 결승 무대에서 ‘자랑’을 부를 때예요. 경연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결승에서 힘을 쭉 뺀 노래로 사람들을 설득했죠. 자연스럽게 뭔가가 맞아떨어져서 그 순간이 만들어진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영리한 판단이 있네요? 홍대에서 공연하면서 안 거예요. 제가 어떤 척을 하면 안 좋은 공연이 되더라고요. 가장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머리를 많이 굴렸어요. 영리했다면 영리한 거죠. 제가 우겼거든요. “결승전인데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주세요.”
앨범을 봄에 낸 이유가 있나요? 딱히 이유는 없어요. 완성됐으니까.
좋아하는 계절이 뭐예요? 가을도 좋고, 봄도 좋고. 미적지근한 날씨가 좋아요. 안 춥고, 안 덥고.
노래처럼? 막 슬프지도 막 기쁘지도 않죠. 하하.
‘아침이슬’을 수록한 이유도 궁금했어요. 작년에 다큐멘터리 음악을 맡아서 6곡을 작업했거든요. 그 작업을 같이한 밴드들이 음원으로 안 나온단 얘길 듣고 되게 아쉬워했어요. 정말 재밌게 작업했어서 거기 실었던 걸 다시 매만진 거예요.
안 그래도 착해 보이는데, 이 선택도 너무 착하달까. 착한 이미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정말 안 좋다고 생각해요. 차라리 나쁜 이미지가 나은 것 같아요. 슈스케에서 속을 안 보이려고 발버둥친 탓이에요. 겁이 났거든요. 악마의 편집이니 뭐니 해서 사건이 많았잖아요.
실제로 착한 선택을 하잖아요. 상금도 기부하고요. 도저히 제가 그 돈을 쓸 수는 없겠더라고요.
돈 쓸 줄 모르는 거 아니고요? 아니요. 완전 정승처럼 잘 써요. 상금이다 보니까 세금도 불로소득으로 떼가고, 제가 일해서 번 것 같지가 않았어요.
뭔 소리예요. 일해서 번 거죠. 슈스케는 출연료가 없거든요. 상금 프로그램이니까 당연한 건데. 10팀이 14회 출연하면서 받았어야 할 출연료를 제가 몰아서 받은 것 같았어요. 또 그 상금을 쓰면 저는 왠지 평생 슈스케 우승자일 것 같았어요. 슈스케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작년 11월에 기부했으니까, 1년 동안 통장에 3억이 있었어요. 쓸데없는 얘기고 창피한 얘긴데, 그동안 별의별 생각을 다 했어요.
듣고 보니 이해는 가는데, 사람의 물욕은 이해를 넘어서니까. 혹시 물욕이 없나요? 뭐든 잘 안 사긴 해요. 하지만 돈은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니까 하는 말인데, 지금 이 앨범이 잘 되고 안 되고가 진언 씨를 바꿀까요? 제 음악을 바꿀 순 있을 거예요. 결과를 받아놓고 생각하겠죠. 뭐가 문제였으며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지. 근데 제 자신은 못 바꿀 것 같아요.
약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제가 큰 약점이죠.
존재가요? 네, 존재 자체가. 게으르고, 이기적이고.
아무도 동의하지 않을 것 같은 얘기를 하네요. 배려심이 많이 부족해요.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요. 안 해도 될 말이요.
누구나 그런 실수 몇 번쯤은 하잖아요. 저한테는 원만하게 해나가는 게 되게 중요해요. 제가 더 잘하고 싶은 부분이고요. ‘집돌이’라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라서 더 소중하다? 네, 근데 무뚝뚝해서 잘 안 돼요. 감정 표현도 서툴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노래를 하는 건가 싶어요. 노래로는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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