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SHARK & SHOCK

2016.07.22오충환

사랑이 감출 때 강렬하듯, 자랑도 숨길 때 빛난다.

잘 알고 부리는 세련된 여유를 좋아해서 이 가방 두 개만 골랐다. 브랜드가 가방 하나를 두고 수식하는 말마다 헛기침을 하듯 우주 창조에 버금가는 형용사를 남발 하는 세상이 지겨워서. 가죽이라면 끝내주게 만지는 이 두 브랜드에 대해선 할 말이 도서관처럼 쌓였다. 긴 역사나 좋은 가죽 제품에 대한 헌신은 당연하니까 입밖에 꺼내지 않을 뿐. 올해 에르메스와 펜디는 장황한 자랑이나 설명 대신 귀여운 상어와 얼굴 표정을 만들어 가방에 꿰맸다. 처음엔 이 좋은 가방에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가방을 볼 때마다 마음 한쪽에 편안한 길이 열린다. 상어 미소가 익살스런 송아지 가죽 가방의 이름은 볼리드. 빠른 자동차란 뜻이다. 에르메스에서 운동기구를 넣기 위해 고안했다가 자동차 여행용 가방으로 다시 소개했다. 이젠 상어가 달렸으니 어떤 가방으로 사용해도 그만이다. ‘쇼크’를 표현한 펜디 가방은 셀러리아라 부르는데, 프랑스산 가죽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잘라 만든다. 에르메스의 볼리드 가방은 1923년, 펜디의 셀러리아 가방은 1925년에 처음 만들었다. 여유가 생기니 맞춤 수트에 운동화나 스냅백을 쓸 때처럼, 이브닝 수트 안에 티셔츠를 처음 입었을 때처럼 후련한 맛이 난다.

    에디터
    오충환
    포토그래퍼
    정우영
    어시스턴트
    김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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