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반찬’이 당기는 공기와 기온이다. 맛있는 반찬을 번갈아가며 입에 넣는 즐거움을 낙원동 ‘호반’에서 누린다. 1961년 문을 연 ‘호반’이 지나온 세월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위스키처럼 색이 진해진 것도 아니고, 가게에 세월의 때가 묻지도 않았다. 세월은 그릇 속에 있다. 반복과 경험으로 정확하게 날을 세운 간, 우아하고 온화하게 다루는 제철 식재료, 기본을 놓치지 않는 고집이 한껏 버무려졌다. 낙지 볶음, 병어 조림, 순대 같은 아름다운 ‘메인 디시’를 밑반찬이 수십년간 단단히 떠받치고 있다.
1. 콩비지 반찬의 맛을 살리기 위해 식사로 슴슴하고 고소한 콩비지를 시켜본다.
2. 멸치 꽈리고추 볶음 마른 프라이팬에 멸치를 넣고 기름을 조금만 둘러 볶다가 꽈리고추와 간장, 설탕, 물엿, 고추장을 더해 다시 볶는다. “딱 넣으면, 그냥 딱 그 간이야.” 이영주 주방 이모님이 말했다.
3. 건새우 볶음 진득하거나 기름진 건새우 볶음이 아니다. 밥알과 함께 입에서 부드럽게 씹힌다.
4. 도라지 오이 무침 도라지와 오이를 각각 소금에 절였다가 식초, 설탕, 소금, 고추장, 고춧가루, 참기름으로 간간하게 무친다. 이 반찬 대신 우거지 된장 무침을 낼 때도 있다.
5. 물김치 하루 전날 담가서 숙성시킨 뒤 사발로 낸다. 짜거나 달거나 시지 않고, 그저 개운하고 시원하다. 저녁엔 3천원을 내면 소면을 말아준다. 이 반찬이 애인이라면 매일 발목을 붙들고 싶다.
6. 꽁치 조림 “간장에 은근하게 졸인다”는 이모님의 설명은 간단하지만, 그걸 매일 2시간씩 한다. 그래야 뼈까지 맛이 배어드니까. 참, 통조림 꽁치가 아니다. 한 입 먹어보면 젓가락을 멈출 수 없다.
7. 김치 절대 빠지지 않는 반찬은 당연하게도 김치다. “그냥 양념해서 하는 건데 굳이 더 설명할 것도 없지, 뭐.” 추진연 사장님이 말했다. 당연한 것이라고 당연히 맛있진 않다. 호반에선 당연히 맛있다.
호반(02-738-9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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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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