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아물게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상처를 헤집는 게 정의로운 일도 있다. 언론의 일이겠다. 다만 정말 감복할만한 것은 정의를 권능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학살을 다룬 < 1968년 2월 12일 >을 잇는 이 책은 고경태가 정의란 말에 휘둘리지 않고 개인과 그 주변부의 기록을 챙긴 결과다. 가해자 국가의 언론인으로서의 분노가 주목은 끌겠지만, 누구도 부정하거나 지나칠 수 없는 탑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한국인은 어떤 사람인가? 라는 질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탑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