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권부문의 폭포 앞에서

2017.02.16장우철

권부문의 연작 < SKOGAR >를 여기에 몇 점 펼쳐 놓는다. 그 앞에서 질문은 자꾸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그는 무엇을 보는가. 나는 무엇을 보는가. 얼마만큼 보는가. 사진이란 무엇인가.

 

나는 스코가 폭포에 간 적이 있다. 여름이라서 아이슬란드엔 백야가 이어지고 있었다. 도착하니 우선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냄새가 왔다. 아무 냄새도 아닌 냄새. 실은 소리와 냄새가 따로 구분되지도 않았다. 모호하고 거대한 기운을 느꼈을 뿐이다. 다가갈수록 그것은 더욱 커졌으나 결코 분명해지지 않았는데, 언젠가 후지산 가까이로 가는 일이 그와 같았다. 후지시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로 육박하듯 보이는 후지산은 잡힐 듯 선명했으나 다음 날 더 가까이 갔을 때는 오히려 안팎으로 이미지가 사라지는 듯했다. 어디서 보는가. 얼마만큼 보는가. 권부문의 < SKOGAR >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 여기가 내가 갔던 곳이라는 식으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거의 무력해진 채 그것을 바라보기나 했다. < SKOGAR >는 아이슬랜드 남쪽에 있는 스코가 폭포를 대상으로 삼은, 권부문이 2015년부터 진행 중인 작업이다. 사람이 없는, 사람의 유일한 자리는 대상의 앞일 수밖에 없는, 그렇게 풍경과 맞닥뜨리는 작업을 통해 근원적인 힘을 느끼는 그의 사진은, 보는 사람에게도 온전히 대상 앞에 설 것을 요구한다. 말하자면 권부문의 사진을 본다는 것은 다시 대상 앞에 선다는 것이고, 그것은 뭔가를 견뎌내는 일이 되기도 한다. 스스로 끝없이 질문하면서 말이다. 그는 무엇을 보는가. 나는 무엇을 보는가. 사진이란 무엇인가. 권부문이 폭포에서 작업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작가의 홈페이지에는 2007년과 2008년에 작업한 < WATERFAL >에 대해 “물과 에너지, 빛이 만들어낸 폭포의 이미지들”이라고 써놓았는데, 이번에 장소를 제목으로 삼은 < SKOGAR >는 폭포의 이미지로부터 그것을 겪는 태도로 한층 다가간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의 수직적 에너지와 아래로 떨어진 물이 다시 물결을 만드는 수평적 에너지가 프레임을 분할하는데, 가장 중요한 점은 그것이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중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권부문의 작업에 긴밀한 시선을 보내온 시인이자 사진사 교수인 쿠라이시 시노가 < SKOGAR >에 대해 쓴 글(홈페이지에 일어 원문이, 김아트랩에서 낸 책 < SKOGAR >에는 한글 번역이 실려 있다)의 제목은 ‘떨어진다. 계속 떨어진다’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프레임 아래쪽 물결에 대한 몸의 반응이다. 폭포 앞에서 작가가 그랬듯이, 사진 앞에서 우리는 물속에 빠질 수밖에 없으니, 물결은 점점 이리로 와서 몸에 닿으려 한다. 숫제 촉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감각이 생겨나는데, 문득 <낙산> 시리즈에서 여백처럼 되어버린 눈 쌓인 해변이 떠올랐다. 그 해변이 작가의 고립과 침묵이었다면 이리로 오는 검은 물은 무엇일까. 사물이든 장소든 필시 그것만의 에너지를 품고 있고, 권부문은 자신의 힘으로 그것과 마주하길 원한다. 그는 카메라를 다루는 작가로서 총 들고 나서는 사냥꾼처럼 되는 것을 거절하면서, 얻어걸리거나 낚아채는 이미지가 아니라 이해하는가의 맥락으로 대상을 본다. 다 타서 소진될 때까지, 무의미할 때까지, 마침내 끝까지. 하지만 거기로 다시 돌아가는 운명을 또한 받아들인다. 그는 계속 폭포 앞으로 갈 것이다. < SKOGAR > 시리즈는 아직 국내에 전시되지 않았다.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권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