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 애정, 부모, 외모의 네 가지 관점을 놓고 슈퍼히어로들의 팔자를 본격 비교했다. 누가 가장 박복할까? (씨네마틱스 세계관 기준)
아이언맨
재력 ★★★★★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스타크사의 대주주이자 대표, 그리고 과학자이자 사업가. 몇 십억 짜리 아이언 수트 수십 대가 파괴돼도, 대저택이 한 순간에 날아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재력에 있어서는 감히 비할 데가 없는, 가장 유복한 슈퍼히어로.
부모 ★★★★☆ 모든 고통이 자신의 아버지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윤리적인 문제와 어렸을 적 아버지가 자신을 방치했다는 기억 등으로 아이언맨은 엄청난 ‘아버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물론 타인의 고통이야 재단할 수 없는 문제라지만, 아래 열거하는 다른 히어로들이 들었다면 콧방귀를 뀔 만한 고통. 무려 무쇠 용접으로 아이언 수트를 발명하는 명석한 두뇌까지 부모에게 함께 물려받았다. 아무리 너그럽게 보려고 해도 토니 스타크가 설명하는 트라우마에는 ‘1도’ 공감이 안 된다. 부디 그만 징징거리시길.
외모 ★★☆☆☆ 슈퍼히어로 치고는 좀 짧은 듯한 팔과 다리, 이제 감출 수 없는 뱃살, 이따금 이해 할 수 없는 패션 감각. 언변과 재력 그리고 아이언 수트를 뺀 토니 스타크는 그저 흔한 ‘미국아재’에 다름없다. 불평 대신, 토니 스타크는 다시 한 번 부모님께 감사를 드리는 편이 좋겠다.
애정 ★★★★★ 사랑하는 이와 사별했거나, 한 여자를 두고 친구와 갈등한 적도 없다. 돌이켜보면, 애인(페퍼 포츠 – 기네스 펠트로)과 크게 다툰 이력도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애인은 기업의 공동 경영인이자 비서로 활약한다. 그 어떤 슈퍼히어로보다 완만한 애정전선. 얘는 대체 부족한 게 뭘까? 트라우마 같은 소리.
배트맨
재력 ★★★★★ 마블에 스타크 사가 있다면, 디씨에는 웨인 가가 있다. 오직 장비만으로 우주 초능력자 슈퍼맨과 ‘맞짱’을 뜰만한 재력. 긴 설명이 무색하다. 고담시의 최고 재벌 브루스 웨인이다.
부모 ★★☆☆☆ 자신의 공황장애 때문에 만난 강도가 부모를 살해하고, 그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평생을 그로인해 생긴 트라우마와 싸운다. 티베트에서의 고행과 수련이 아니었다면 극복하기 힘들었을 기억. 하지만 부모로부터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부모 못지않은 집사 알프레도가 늘 곁에 있다는 점에서 별 두 개를 줬다.
외모 ★★★★☆ 건장한 체구와 훤칠한 키로부터 오는 완벽한 ‘수트빨’, 그리고 목소리까지. 외모로는 어디 하나 빠질 데가 없다. 다만 늘어진 턱살과 뱃살의 노후 관리는 좀 아쉽다.
애정 ★☆☆☆☆ 소울메이트라고 믿었던 소꿉친구 레이첼은 성인이 되자마자 잘나가는 검사 하비 덴트와 눈이 맞았다. 그녀는 결국 조커의 음모로 죽음까지 맞이한다. 좀 잊을만할 즈음에 눈이 맞은 새 애인(미란다 테이트 – 마리옹 꼬띠아르)은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끈 원수의 딸이었다. 재력과 외모, 능력에 비해 애정운만큼은 절망적인 남자 브루스 웨인. 그냥 캣우먼과 잘 지내보는 건 어떨까.
스파이더맨
재력 ★☆☆☆☆ 피자 배달과 자기 자신의 사진(스파이더맨)을 신문사에 제보해 근근히 살아간다(그마저도 착취당하다시피 한다). 성인이 되도 딱히 달라지지 않는 형편. 하지만 최고의 재력가 친구를 두었다는 점에서 별 하나를 줬다.
부모 ★☆☆☆☆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부모의 행방조차 모르는 채로 숙부와 숙모 밑에서 자랐다(<어메이징 스파이더맨3>에서 부모에 얽힌 비밀이 밝혀질 뻔 했으나 그마저도 영화 자체가 무산됐다). 한데, 그 숙부마저 자신의 실수로 죽는다. 어린 스파이더맨에게는 좀 과한 설정. 늘 밝고 수다스러운 성격이라 잊기 쉽지만, 스파이더맨의 과거는 어느 슈퍼히어로 못지 않게 어둡다.
외모 ★★☆☆☆ 거미 수트가 꼭 맞는 몸매와 작은 두상은 지금 트렌드에 꼭 부합하지만, 여전히 작은 키가 아쉽다. 학생 테를 못 벗은 사복 패션감각 또한 감점 요인이다.
애정 ★★★☆☆ 왜 슈퍼히어로의 여자들은 하나같이 친구 혹은 라이벌과 사랑에 빠지거나 위험에 빠져 죽음을 맞이할까? 왜 피터 파커는 제일 친한 친구와 자신을 두고 갈등하는 여자에 목숨을 걸까? 스파이더맨의 애정전선 역시 꽤나 굴곡지다. 새롭게 시작하는 시리즈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는 형편이 좀 나아지려나.
휴 잭맨
재력 ☆☆☆☆☆ 사실 그에게 변변찮은 지갑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엑스맨과 울버린 시리즈를 봤지만 낡은 바에서 병맥주를 주문할 때 빼고는 그가 돈을 쓰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사시사철 같은 옷과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 신세.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걸까? 신체 재생 능력은 식사도 필요 없게 만드나? 국경을 넘는 트러커로 지내는 말년까지 완벽하게 안쓰럽다.
부모 ☆☆☆☆☆ 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게 되고, 그로 인해 어머니에게 괴물 취급을 받는다. 부모와 얽힌 모든 서사 중 이보다 비극적인 설정이 또 있을까? 하물며, 이 고통의 기억을 스스로 끝낼 수조차 없다. 그에게 의지할만한 스승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영원히 죽지 않는 운명은 그에게 정신적인 기둥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외모 ★★☆☆☆ 훤칠한 키와 다부진 체격은 견줄 데 없이 탁월하지만, 온몸과 얼굴을 뒤덮은 털은 확실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20세기에 멈춘 듯한 패션감각도 많이 아쉽다. 좀 비슷한 세월을 산 ‘도깨비’에게 한 수 배울 필요가 있겠다.
애정 ☆☆☆☆☆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는 무의식에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악몽에 시달린다. <엑스맨> 시리즈의 진 그레이는 여차하면 우주를 박살낼 수 있는 초월의 힘을 지녔다(그마저도 사이크롭스의 애인이다). 잔인한 원작자는 이 고통스러운 존재에게 사랑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영원히 고통받는 울버린, 로건. 보면 볼수록 눈물이 난다. 이제 그만 그를 놓아주자.
- 에디터
- 장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