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의 데뷔 EP < Déjà Vu >가 나왔다. 데자뷔라기엔 새롭다.
전자악기와의 싸움, 이라 말해보면 어떨까. 흔히 ‘부기’라 불리는, 80년대 초를 강타한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 위주의 일렉트로 훵크가 그렇다. 쟁쟁한 연주자들의 합주가 아닌, 프로듀서 개인이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에 파묻히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장르. 모과Mogwaa는 이전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다. 아마 작업실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냈을 테고, (그의 음반 커버에 적혀 있듯) 8대의 악기에서 나온 소리를 고르고 다듬고 그것을 곡으로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몇 번의 계절이 지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계적’인 작업일지라도, 모과의 첫 EP < Déjà Vu >엔 그가 꾸며낸 확고한 ‘무드’가 있다. 들으면 자연스레 알아챌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석양과 야자수와 바람과 바다를 찍은 사진가 이차령의 커버 사진이야말로 명확하다는 인상. 워싱턴 DC의 PPU, 텍사스의 오스틴 부기 크루, 로스앤젤레스의 문 비와 베네덱 등 여전히 부기를 새롭게 가꾸고 발굴하는 일군의 동시대 음악가들과 레이블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제 서울에서도 모과가 나왔다. 3월 초 카세트테이프 발매에 이어 곧 디지털 음원이 뒤따른다.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이차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