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넷플릭스 vs. 아마존

2017.04.25GQ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전세계의 재능 있는 감독들을 경쟁적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지금의 영화 및 드라마 시장은 봉준호, 데이비드 핀처, 마틴 스콜세지를 영입한 넷플릭스와 니콜라스 윈딩 레픈, 토드 헤인즈, 레오 카락스를 영입한 아마존의 경쟁 구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의 감독들

봉준호, <옥자>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 이후 4년만에 신작 <옥자>로 돌아왔다.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그의 유일한 가족인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에 관한 이야기다.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귀신을 보는 소녀로 열연한 안서현이 미자 역을 맡았고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괴물> 이후 봉준호 감독과 10년만에 재회한 변희봉이 등장한다. 사실 화려한 캐스팅보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와 함께 인터넷 기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가 만든 영화가 최초로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됐다는 것이 더욱 화제다. 프랑스 극장 협회가 현행법에 따라 극장 개봉을 해야한다며 강력하게 항의해 연일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옥자>는 과연 황금종려상를 거머쥘 수 있을지. 6월 28일 넷플릭스에서 전세계 동시 공개된다.

 

마틴 스콜세지, <아이리쉬맨> 마틴 스콜세지,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세 명의 영화계 대부가 한 자리에 모인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아이리쉬맨>에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영화 <디파티드> 이후 오랜만에 만드는 갱스터 영화라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75년 미국의 노동 운동가인 지미 호파의 실종,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프랭크 시런이 주인공이다. 20세기에 일어난 10대 실종 사건 중 하나로 뽑을 만큼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실화가 영화화되는데다 <쉰들러 리스트>, <한니발>을 쓴 스티븐 자일리언이 각본을, <바벨>, <브로크백 마운틴>,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찍은 로드리 고프리에토가 촬영을 맡아 평론가들은 넷플릭스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2019년 개봉 예정.

 

데이비드 핀처, <마인드헌터> 데이비드 핀처와 넷플릭스가 다시 만났다. 둘의 첫 만남은 2013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 이 드라마가 입소문을 타면서 넷플릭스는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알릴 수 있었다. 미리 공개된 드라마 <마인드헌터> 예고편은 데이비드 핀처의 전설적인 작품 <세븐>을 연상시키며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최초로 프로파일링 기법을 수사에 도입한 전 FBI 수사관 존 더글라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살인범을 추적하는 스릴러란 설정은 데이비드 핀처에게 꼭 맞춘 옷 같은 것.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과 시즌 1,2,10의 감독을 맡았으며 조나단 그로프가 명석한 FBI 요원, 홀든 포드 역으로 캐스팅됐다. 넷플릭스에서 올 10월 방영.

 

노아 바움백,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 ‘제2의 우디 앨런’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새 영화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전작 <프란시스 하>, <위아영>, <미스트리스 아메리카>와 마찬가지로 뉴욕이 배경이다. <프란시스 하>에서 불안한 20대 청춘을, <위아영>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20대, 40대 커플을, <미스트리스 아메리카>에서 20대, 30대 여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면 이번엔 연령대를 좀 더 높였다.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는 나이 들어가는 아버지와 장성한 남매 이야기. 더스틴 호프먼, 아담 샌들러, 벤 스틸러, 엠마 톰슨이 가족으로 나온다. 할리우드 얼간이 역의 양대 산맥인 아담 샌들러와 벤 스틸러의 형제 연기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넷플릭스에서 올 하반기 개봉 예정.

 

아마존의 감독들

토드 헤인즈, <원더스트럭> 토드 헤인즈의 신작 <원더스트럭>도 제 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넷플릭스의 <옥자>,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와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루게 되었다. 재작년 <캐롤>로 온갖 영화제의 감독상을 휩쓸고 평론가의 찬사를 받은 직후라 결과가 더욱 기대된다. <원더스트럭>은 1927년과 1977년에 사는 로즈와 벤이 50년의 시차를 두고 얽히게 되는 이야기. 줄리안 무어와 미셸 윌리엄스가 출연한다. 아름답고 실험적인 영상미를 자랑하는 감독답게 한 쪽의 이야기는 무성으로 연출하는 실험을 감행했다고.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제작과 배급을 담당한다. 개봉일 미정.

 

배리 젠킨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영화 <문라이트>로 제 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쥐며 영화계에 파란을 일으킨 배리 젠킨스 감독. 차기작을 모두가 궁금해하는 가운데 그가 영화가 아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오리지널 드라마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선택해 화제다. 이번에도 흑인의 생을 다룬다. 18세기 미국, 조지아 목화농장에서 일하다 도망치는 어린 흑인 코라와 흑인 노예 탈출을 돕는 비밀 조직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관한 이야기로, 콜슨 화이트헤드가 쓴 동명의 퓰리처상 수상 소설이 원작이다. 오스카 사상 역대 최저 제작비로 작품상을 거머쥔 배리 젠킨스 감독이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제작사인 플랜 B, 그리고 아마존이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만나 어떤 폭발력을 낼지 기대된다. 방영일 미정.

 

요르고스 란티모스, <제목 미정> <더 랍스터>로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제 68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생애 최초로 드라마에 도전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오리지널 드라마 감독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 주인공은 또 콜린 파렐이다. <더 랍스터>와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다. 1985년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당시 적이었던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을 지원한 이른바, 이란-콘트라 사건을 생생하게 다룰 예정. 콜린 파렐은 이 정치 스캔들을 폭로한 미 해병대 장교, 올리버 노스 역을 맡았다. 방영일 미정.

 

니콜라스 윈딩 레픈, <투 올드 투 다이 영> <드라이브>의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시리즈 감독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서 아마존은 배리 젠킨스, 요르고스 란티모스, 니콜라스 윈딩 레픈이라는 세 명의 전도유망한 감독을 앞세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강화하겠단 큰 그림을 완성해 가는 중.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투 올드 투 다이 영>은 10부작 드라마로, LA의 한 청부살인업자에 관한 이야기다. <위플래쉬>의 주인공 마일즈 텔러가 캐스팅됐다는 것 외에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과거의 연출작인 <푸셔>와 <드라이브>를 보고 짐작하건대 대단히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드라마가 탄생할 것 같다. 방영일 미정.

 

루카 구아다니노, <서스페리아> <아이 엠 러브>, 그리고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콜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을 연출하며 작가주의 영화의 새로운 거장으로 떠오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그가 차기작으로 1977년에 제작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고전 호러 영화 <서스페리아>를 리메이크한다. 외딴 유럽의 발레 학교에 입학한 여주인공이 밤마다 들리는 기괴한 소리와 학생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와중에 발레 학교가 백 년 전 마녀에 의해서 세워졌다는 걸 알게 되는데…. 클로이 모레츠, 다코타 존슨, 틸다 스윈튼이 출연한다. 지난 가을 촬영을 시작해 현재 후반 작업 중인 이 영화 역시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극장용으로 투자, 제작했다. 개봉일 미정.

 

레오 카락스, <아네트>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홀리 모터스>를 연출한 프랑스 감독 레오 카락스가 새로운 영화 <아네트>를 준비 중이다. 제작 역시 아마존 스튜디오가 맡았다. 영화는 오페라 가수였던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서 딸을 키우는 아빠가 딸에게 독특한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레오 카락스 감독이 찍는 첫 음악 영화이자, 영어로 찍는 영화라는 점이 흥미롭다. 요즘 뜨고 있는 배우 아담 드라이버가 주인공인 싱글 대디 역으로 캐스팅됐으며 여주인공은 아직 공석이다. 극장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2018년 개봉 예정.

    에디터
    글/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Gettyimages / Imaz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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