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컴플리케이션이 매력적인 매뉴팩처 브랜드
에르메스는 인하우스 무브먼트 개발에 주력하는 매우 진지한 시계 브랜드다. 게다가 다른 메이커가 걸어온 발자국을 그대로 밟지 않고 아쏘 타임 서스펜티드 같은 독특한 컴플리케이션 기능 개발에도 앞장서 왔다. 물론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이나 퍼페추얼 캘린더 같은 전통적인 최고급 워치 메이킹에도 능하다. 올해 발표한 듀얼 타임을 갖춘 플래티넘 케이스의 슬림 데르메스 퍼페추얼 캘린더 플래티넘이나 슬림 데르메스 그르르르 모델을 보면 에르메스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케이프 코드와 난투켓 같은 스테디셀러의 최신 버전도 볼 수 있었다.
Slim d’Hermès L’Heure Impatiente
기능 시, 분, 1시간 카운트다운 스트라이킹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H1912에 앙파시앙뜨 아워 모듈, 42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로즈 골드, 40.5mm,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백, 30m방수
스트랩 악어 가죽 스트랩
에르메스의 특기인 감성적 컴플리케이션 기능의 모델. 이 시계는 앞으로 12시간 이내에 벌어질 특정 사건 시간을 입력해 놓으면 카운트다운해 스트라이킹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담고 있다. 다이얼 5시 방향에 위치한 인디케이터는 지정한 시간이 몇 시간 남았는지를 알려주고, 7시 방향의 부채꼴 인디케이터는 1시간이 남은 시점부터 카운트다운한다. 스트라이킹 방식은 미니트 리피터와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Cape Cod Shadow
기능 시, 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에 블랙 DLC 코팅, 29×29mm,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백, 30m방수
스트랩 송아지 가죽 스트랩
에르메스와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디자이너 앙리 도리니의 손에서 탄생한 이후 25년간 에르메스 워치의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켜 온 케이프 코드. 높은 디자인 완성도 덕택에 크게 변모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베리에이션 버전을 갖고 있다. 케이프 코드 섀도는 붉은색의 스트랩 버니싱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블랙 컬러로 만들어져 도시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Slim dHermes Grrrrr
기능 시, 분
무브먼트 셀프 와인딩 칼리버 H1950, 5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화이트 골드, 39.5mm, 크리스탈 글라스백, 30m방수
스트랩 악어 가죽 스트랩
세계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로 명망이 드높은 에르메스이지만, 항상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올해는 슬림 데르메스 그르르르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에나멜링 미니어처 페인팅 기법으로 그려진 곰은 디자이너 앨리스 셜리가 에르메스 스카프로 발표한 작품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에나멜 페인팅으로 완성한 덕에 변색이 일어나지 않는다.
Interview With Philippe Delhotal
GQ: ‘에르메스다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PD: 사람들은 브랜드의 정체성은 곧 특정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모든 오브제에 제품을 뛰어넘는 의미와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모습을 염두에 두고 상품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품을 통해 이야기한다’는 철학 덕분에 일정한 디자인 정체성이 드러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GQ: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의 무브먼트에는 동물 모습을 한 부품들이 숨겨져 있다.
PD: 상어, 페가수스뿐 아니라 종, 음표 등의 모습을 한 부품도 있다. 이것은 해당 부품이 그러한 동물이나 사물의 실루엣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다. 시계 제작 장인들이 그런 것들을 만들 때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자신의 시그니처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GQ: 슬림 데르메스 그르르르 다이얼의 원작자인 앨리스 셜리는 어떤 사람인가?
PD: 에르메스는 제품을 개발할 때 가끔 어린아이와 같은 눈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뭔가 재미난 일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에나멜을 사용한 미니어처 페인팅은 극도로 섬세하고 전통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법으로 그린 것이 야생의 곰이라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앨리스 셜리는 바로 그런 디자인을 할 줄 아는 곰의 엄마다.
GQ: 케이프 코드 섀도의 스트랩에 대해 말해달라.
PD: 붉은 버니싱이 들어간 케이프 코드 섀도의 스트랩은 에르메스만의 노하우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시계의 스트랩 이외에도 다양한 투 톤 버니싱 스트랩을 보유하고 있다. 스트랩은 에르메스의 DNA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시계만큼 중요하다. 왜냐하면 명실상부한 시계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 에디터
- 김창규
- 출처
- 에르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