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셰프가 주방을 지키는 레스토랑 두 곳. 아기자기하다, 섬세하다는 수식어는 붙이고 싶지 않다.
서울에서 여자 오너 셰프 찾기란 쉽지 않다. 전세계로 넓혀봐도 비슷하다. 매해 1위부터 50위까지 레스토랑 순위를 내는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에 여자 셰프는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한다. 다섯 손가락이 채 다 접히지 않는다. 여자 셰프가 명성이 없어서? 여자 셰프가 끈기가 없어서? 그럴 리 없다. 군대만큼이나 보수적인 주방에선 보이지 않는 장벽과 배제가 여전하기 때문일 테다. 그런데, 이 힘겨운 토양에서 선인장꽃처럼 피어난 여자 셰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섬세한 요리”, “엄마의 손맛”, “감성적인 터치”, “여성스러운 플레이팅”, “디저트의 강자”. 여자이기 때문에 섬세하고 감성적이진 않다. 그건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주방과 경영 및 모든 제반 상황을 통솔하고 악착같이 해내는 여자 셰프들을 너무 좁게 설명하는 말 아닐까? 좀 더 많은 여자 셰프들이 주목받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자 셰프가 마음껏 기량을 뽐내고 있는 두 군데 레스토랑을 다녀왔다.
더 그린테이블 김은희 셰프가 7년 넘게 주방을 지키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서래마을에서 압구정으로 옮긴 뒤에도 김은희 셰프는 묵묵히, 안정적으로, 늘 공부하면서 요리한다. 철마다 새로운 재료로 작은 트위스트를 더하고, 농장을 도서관 삼아 식재료를 길어 올린다. 레스토랑 이름처럼 채소와 허브류를 아낌없이 쓰고, 그 채소와 함께 각종 피클 류를 잘 사용해 맛의 포인트를 제대로 준다. 단품 메뉴를 없애고 코스로만 메뉴를 구성한 덕에 손님들은 셰프를 믿고 고민을 덜 수 있다. 가격은 지나갈 때마다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저렴하다.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13 문의. 02-591-2672)
갈리나 데이지 통의동 좁다란 건물을 통째로 쓰는 이 공간에서 셰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화단에 심는 식물에서부터 3층 제일 끝에 앉은 손님의 코 앞까지, 셰프의 손이 서슴없이 뻗는다. 이탈리아 메뉴를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다채롭게 변형시키면서도 맛을 쫀쫀하게 낸다. 리코타 치즈과 큰송이 버섯이 어우러진 ‘풍기’와 감베로로쏘 새우의 감칠맛이 폭발하는 오일 파스타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셰프는 동네 국수집처럼, 길목 포장마차처럼 찾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주방이 단단하기 때문에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3길 1-4 문의. 02-720-1248)
- 에디터
- 손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