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본 사람만 안다는 수동변속기의 마력. 게다가 슈퍼카, 펀카와의 만남이라면? 자동차 전문지 에디터들이 오금 저리는 조합을 찾았다. 비록 국내에는 없지만.
포드 머스탱 GT 미국에서 판매 중인 머스탱 GT의 기본 변속기는 6단 수동이다. 큼직한 엔진이 넘치는 힘을 발산하고, 단수를 높여가는 그 작은 동작을 통한 쾌감이 심장을 짜릿하게 폭격한다.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국내 판매 모델에서는 접할 수 없는 지극히 원초적인 감성이 녹아 있다. 안타깝게도 포드는 수동변속기를 얹은 머스탱을 수입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야생마’에게 는 편한 자동변속기보다는 조련이 필요한 수동변속기가 어울린다는 사실을 공감할 수 없는 걸까. 문서우(<자동차생활> 에디터)
미니 JCW 드림카가 수동변속기를 갖춘 핫해치다. 미니 JCW는 4미터가 안 되는 조그만 차체에 231마력짜리 터보 엔진을 얹은 펀카지만 수동변속기 옵션이 없어 김이 조금 빠진다. 결정적으로 6단 자동변속기 JCW는 빠르긴 하나 썩 재미있지는 않다. 차체와 완벽한 일치감을 이룰 것 같다가도 자동변속기가 눈치 없이 끼어드는 바람에 산통을 깬다. 미니 중의 미니 JCW의 개성과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수동변속기 모델이 필수다. 김준혁(<탑기어 코리아> 에디터)
애스턴마틴 밴티지 V12 세련된 얼굴이 매력적인 이 녀석, 애스턴마틴 밴티지 V12 수동 모델 하나면 당신도 멋지게 적을 따돌리는 제임스 본드가 될 수 있다. 끝물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희소성은 수리부엉이 수준. 명품 백처럼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도배한 인테리어는 제쳐두더라도, 파워트레인만으로도 그 희소성의 가치를 증명한다. 12기통 자연흡기 엔진과 7단 수동변속기 조합은 밴티지가 유일하니까. 500마력이 넘는 최고출력은 중요하지 않다. 고속도로에서 6단 기어를 물려놓고 옆자리 애인에게 속삭이고 싶다. “아직 한 발 남았다.” 안진욱(<모터매거진> 에디터)
아우디 TT 로드스터 국내에 공식 수입되는 오픈카 중 작고 탐스러우면서 운전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로드스터는 흔치 않다. 아우디 TT는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하나다. 하지만 늘 따라다니는 비운의 꼬리표가 있으니, 바로 예쁘고 값비싼 패션카라는 선입견. 하지만 수동변속기 모델이 들어온다면 단지 SNS에 뽐내기 위한 차가 아니라, 엔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어를 변속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차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더구나 귀여운 TT 덕분에 수동 운전에 관심을 갖는 여자도 늘어나겠지, 나처럼! 안효진(<카매거진> 에디터)
닛산 370Z 닛산 370Z는 국내에서 7단 자동변속기로만 판매하지만 해외엔 수동 버전도 있다. 싱크로레브 매치 기능이 들어간 수동 6단은 시프트다운 때 자동으로 엔진 회전수를 맞춘다. 큰맘 먹고 수동을 골랐는데 괜한 참견 아니냐고? 친절하게 OFF 스위치도 달아놔서 걱정 없다. 변속감은 그저 그랬고 절도가 부족한 레버도 아쉬웠지만, 수동 변속의 묘미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적게 팔린다면 수동으로 들여와 극소수를 노려볼 만하다. 임재현(<에보 코리아> 에디터)
폭스바겐 골프 R 골프 R은 기호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해외에서만 가능해서 문제지만. 이상하리만치 나긋나긋한 반응을 보이는 어댑티브 댐퍼나 디스플레이 사이즈, 시트 소재 등을 국내에선 주는 대로 받아먹어야 한다. 변속기도 예외는 아니다. 6단 수동 또는 7단 듀얼클러치(DSG) 중 고를 수 있는 건 후자뿐. 손끝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맛을 골프 R에서도 즐길 수 있다면 수동변속기 애호가들을 유혹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지수(<탑기어 코리아> 에디터)
BMW 3 시리즈 수입차는 대부분 자동변속기다. 하긴, 국산차도 수동을 고를 수 있는 모델이 얼마 없다. 한때는 BMW 3시리즈(E90) 수동 버전이 국내에도 정식으로 들어왔었다. 디젤 엔진에 올라간 6단 수동변속기는 연비도 좋았지만, 기어노브를 움직일 때마다 절도 있게 톱니를 바꿔 물며 가속을 이어갔다. 그때 그 기분을 잊지 못한다. 고성능 모델이 아니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3시리즈를 다시 들여온다면 어떨까? 세대는 바뀌었어도 재미는 여전할 것이다. 혈통은 변하지 않으니까. 최재형(<카매거진> 에디터)
푸조 208 푸조 208은 정말 재미있는 차다. 타인과 208을 주제로 입씨름하면 자신 있게 장점을 나열할 수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탄력이 느껴지는 주행 감각, 그립감 좋은 스티어링 휠, 그리고 매끄러운 핸들링까지. 운전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입차다. 물론 상대의 입에서 ‘MCP’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자동인 듯 자동 아닌, 자동 같은 변속기라 정체성이 불분명하다고 따져 물으니 할 말이 없다. 차라리 배짱 있게 수동 모델도 들여왔다면 208이야말로 수동변속기를 열망하던 당신의 차라고 자신 있게 권했을 텐데. 전유리(<에보 코리아> 에디터)
포르쉐 911 GT3 “The Manual Is Back!” 얼마 전 포르쉐가 수동변속기 옵션을 갖춘 신형 911 GT3를 공개했을 때 수많은 외신이 이렇게 외쳤다. 구형 911 GT3가 자동변속기(PDK)만 달고 나왔을 때 난 서글펐다. 20대 시절을 잠 못 들게 했던 수동변속기의 시대가 그렇게 끝나버리는 것 같아서. 하지만 수동변속기를 단 911 GT3는 보란 듯이 돌아왔다. 포르쉐가 세운 기준은 곧 스포츠카 세그먼트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포르쉐의 이번 결정이 더 반갑다. 국내 스포츠카 팬도 이 새로운 기준을 즐길 권리가 있다. 류민(<모터트렌드> 에디터)
쉐보레 카마로 SS 여자들이 ‘공대 오빠’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명석함, 기계를 조작하는 섬세함. 그런데 그 ‘문제이자 기계’가 우락부락한 아메리칸 머슬카라면? 사지 현란하게 카마로 SS에 몰두하는 남자한테서 애인 손을 잡고 운전하는 자상함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그가 조련한 머슬카와 그에게서 풍기는 머스크 향은 고혹적일 게 분명하다. 머슬카와 펀카의 교집합에 있는 수동변속기 카마로는 기름이 아니라 섹시함을 길에 뿌리고 다닌다. 박소현(<모터매거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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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