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스타였던 조던 필레는 인종차별을 다룬 호러 영화 <겟 아웃>을 통해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했다. 이 영화가 실화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다면 아래 인터뷰를 읽어보라.
당신은 버락 오바마가 퇴임하기 전에 이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미국의 대통령은 트럼프다. 영화를 촬영할 때와 달리 지금은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겟 아웃>은 오바마 대통령 때와는 분명 다른 목소리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게 ‘사회적 스릴러’의 어려운 점이다.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에도 사회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예전에 선보이지 않았던 움직임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거다. 이전에는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슬림 7개 국가로부터 더 이상 이민자를 받지 않겠다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비열하고 사악하다.
<겟 아웃>을 구상할 때 <로즈메리의 아기>와 <스텝포드 와이프>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 두 작품은 성별이란 주제를 이용한 공포 영화였다. 그 동안 왜 인종에 대한 공포 영화가 없었을까? 흑인 감독이 많지 않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만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경험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답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로즈메리의 아기>와 <스텝포드 와이프>의 작가는 모두 백인 남자인 아이라 레빈이다. 예를 들어 백인 작가와 감독이 그 작품 속에서 흑인을 등장시킨다고 상상해보자. 흑인이 제일 먼저 죽었을 거다. 공포 영화에서 언제나 처음으로 죽는 사람은 흑인이었다. 백인 감독은 그런 식으로 흑인을 이용한다.
흑인이 가장 먼저 죽지 않는 공포 영화를 생각해 봤는데, 두 작품이 떠올랐다. <딥 블루 씨(Deep >의 LL 쿨 J(LL Cool J), 그리고 <헌티드 힐>의 타이 딕스. 맞다. 근데 <헌티드 힐>은 못 봤다.
추천해줄 만한 작품은 아니다. (웃음) 참고하겠다. 흑인 주인공을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영화는 장르 영화다. 특히, 돈이라는 카테고리와 관련된 영화에서 흑인은 아주 오랫동안 금전적으로 성공할 수 없는 부류였다. 하지만 <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같은 영화가 흑인 주인공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를 만들었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 크리스와 백인 경찰 사이의 긴장된 순간은 실제 미국의 흑인과 경찰 사이의 관계를 묘사한 것처럼 보였다. 크리스를 연기한 영국 배우 다니엘 칼루야는 2013년에 자신을 마약 딜러로 몰아간 런던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도 있다. 그런 경험이 있는 배우를 찾는 게 내겐 중요했다. 다니엘에게 그런 경험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이 말한 그런 경험들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늘 나오는 주제예요.” 주인공 배우를 찾는 게 꽤 어려웠다. <판타스틱 4>에 나온 마이클 B. 조던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잘 되지 않았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존 보예가도 있는데. 그는 너무 바빴다.(웃음) 농담이다.
영화 속 백인들이 느끼는 공포의 상당 부분은 흑인이 두려움을 줄 수 있다는 데서 온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흑인 남자와 결혼하려는 백인 여자가 겪는 사회적 갈등을 그린 1967년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인 흑인이 백인 약혼녀의 부모를 처음 봤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표현한 장면이었다. <겟 아웃>의 복잡한 인종 관계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겟 아웃>은 모든 것이 계산된 작품이다. 관객을 주인공의 상황으로 몰입시키지 못한다면, 나는 이 영화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아내는 백인이다. <겟 아웃>은 흑인 남성이 백인 여자친구의 가족을 만난 후 발생하는 공포스러운 순간을 담고 있는데, 영화 개봉 이후 처가와 어색한 대화를 나누진 않았나?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웃음) 농담이다. 그들은 모두 다 이해한다. 그들은 매우 똑똑하고 재밌는 분들이다. 이 영화는 나의 결혼과는 전혀 관계없는 세계의 이야기다.
예전에 남부 출신 백인 남자와 데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아버지에게 드렸던 유일한 부탁은 “제발 노예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말아주세요” 였다. 아버지는 남자 친구를 만난 지 2분도 채 안돼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의 가족은 노예를 소유한 적이 있었나?” 이런 경험, 없었나? 그런 적은 없었다. 부모님과의 사이가 꽤 좋은 편이라서. 하지만 인종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몇 번 겪었다. 오히려 내가 인종차별주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되기도 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한편으로는 이 영화에서 백인들을 너무 악마로 묘사한 건 아닌가? 공포영화는 실제 현실 속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사람들이 갈 수 없는 길을 뚫어야 한다. 내가 했던 많은 생각을 ‘백인 악마’에 주입해야 했다.
가사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와 불길한 사운드의 배경음악이 정말 좋았다. 어떤 곡인가? 스와힐리어 곡이다. 정말 훌륭한 음악이다. 나는 아프리카 무드와 블루스적인 요소가 담긴 흑인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음악에는 아주 작은 희망에서부터 완연한 희망까지 모두 담겨있다. 특히 마이클 아벨스의 음악에 끌렸다. 나는 그에게 너무 부두교 음악처럼 만들지만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그나저나 그 목소리는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사실, 그건 크리스에게 보내는 경고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아이디어는 ‘겟 아웃’이다. 이 영화는 계속해서 크리스에게 ‘겟 아웃’을 외친다. 목소리는 “뒤를 조심해. 무언가 불길한 것이 오고 있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크리스가 TV를 보는 장면도 정말 무서웠다. 자세히 들어보면 TV 화면 속 옛날 영화의 물속 장면에서 돌고래 소리가 들린다. 돌고래 소리에는 뭔가 소름 끼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최면에 걸린 크리스가 공중으로부터 떨어지는 듯한 장면은 매우 아름답고 놀라운 시각적 효과를 발휘했다. 어떤 방식으로 촬영했나? 알라바마 주의 모빌이란 곳에 아주 거대한 공간이 있다. 거기서 우리는 그를 와이어로 매달고 선풍기 바람을 이용해 그의 옷이 펄럭이는 듯한 효과를 주었다. 마치 <태양의 서커스>의 한 장면 같았다.
인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와이어에 매달린 채로 거대한 선풍기 바람에 맞서서 버틸 수 있을까? 그 장면을 찍는데 하루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다니엘에게는 육체적으로 아주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예전에 나도 TV 쇼 <키 앤 펠레>에서 육체적 한계에 부딪히는 촬영을 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배우들이 육체적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태도를 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 경험을 통해 <겟 아웃>의 그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이 될지 예상할 수 있었다.
<키 앤 펠레>에서 느꼈던 육체적 한계에 대해 설명해달라. <왕자의 게임>의 칼 드로고 같은 역을 맡은 적이 있었다. 적의 머리를 자르고, 그걸 기념하기 위해 자른 머리를 들고 무리 속에서 돌아다녀야 했다. 끔찍하게 추운 날이었고, 나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끈적끈적하고 옥수수 시럽으로 만든 피가 얼어붙어서 살갗에 달라 붙었다. 갑옷을 벗을 때마다 가슴 털이 갑옷에 껴서 매번 뽑혀나갔다.
그래서 남성들도 제모를 해야 한다. 적어도 오일이라도 발랐어야 했다.
- 에디터
- 글 / 케이티 위버(Caity Weaver)
- 포토그래퍼
- 피터 양(Peter 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