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미와 우아함을 추구하는 하이엔드 메이커, 로랑 페리에.
유명 샴페인 브랜드와 한글 표기법이 동일한 로랑 페리에(Laurent Ferrier)는 3대째 시계를 만들어 온 집안에서 태어나 37년간 파텍 필립에서 일했던 워치 메이커 이름이다. 그는 2010년 스위스 제네바에 독립 시계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이 이름을 회사명으로도 사용하게 됐다.
독립 시계 브랜드로서 로랑 페리에가 발표한 2010년의 대표 모델은 갈렛 클래식 투르비용 더블 스파이럴이다. 유려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케이스, 양파 모양 크라운, 깊은 색감의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 슈퍼모델의 다리처럼 늘씬한 핸즈, 그 핸즈와 이질감 없게 어우러지는 날씬한 로만 인덱스가 특징인 이 시계는 데뷔와 동시에 2010 제네바 그랑프리 <베스트 멘즈 워치> 부문 수상을 거머줬다. 언뜻 타임 온리 모델처럼 보이지만,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1801년에 만든 투르비용과 마찬가지로 더블 밸런스 스프링을 적용한 투르비용 워치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투르비용 케이지를 기능적 이유(자외선 노출로 인한 윤활유의 건조)로 다이얼 전면부에 노출시키지 않는 브랜드는 파텍 필립이 대표적인데, 이는 로랑 페리에가 파텍 필립 출신임을 떠올렸을 때 이해하기 쉬운 대목이다. 매우 정밀하고, 정확하게 만들어진 덕분에 프랑스 브장송 관측소의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을 뿐 아니라 직선적인 무브먼트 플레이트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칼리버 LF 619.01의 디자인에 직선적인 요소가 많은 이유는 배럴을 덮은 플레이트 윗면에 폴리싱 가공한 ‘블레이드 타입 클릭 래칫’이라는 부품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로랑 페리에 무브먼트 와인딩의 개성은 수동 무브먼트뿐 아니라 자동 무브먼트에서도 드러난다. 갈렛 마이크로 로터 컬렉션에 사용하는 칼리버 FBN 229.01은 로터가 밸런스 휠의 브리지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브리지에 고정되어 있는데, 그 위에 갈고리 모양의 부품이 와인딩 시 휠을 감아 동력을 메인 스프링으로 보낸다. 고전적인 밸런스 휠과 빠짐없이 구석구석 장식을 더한 무브먼트는 어느 각도에서든 영롱하게 빛난다. 로랑 페리에 시계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다. 어찌 보면 고루하고 무표정해 보이는 다이얼의 이면에 이러한 개성과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것이다.
로랑 페리에는 이 밖에도 듀얼 타임 기능의 칼레 트래블러, 예술성 높은 다이얼과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적용한 갈렛 시크릿, 여성용 레이디 F, 갈레 클래식의 쿠션 케이스 버전인 갈레 스퀘어, 시/분/초 핸즈를 분리한 갈레 레귤레이터 컬렉션 등도 보유하고 있다.
- 에디터
- 김창규
- 출처
- 로랑 페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