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은 바다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쿨한 여가 활동이다. 그러나 어떤 스포츠를 배우든 ‘초보자’ 시절을 겪어야 함은 숙명과 같다. 지금부터 우리나라에서 서핑을 배우기 전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공개한다.
서핑 전문 잡지 <WSB FARM>의 강원도 고성 봉수대 해변 서핑 영상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나라는 한반도를 둘러싼 3면의 바다 어디에서도 서핑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서핑숍은 1백 개도 넘는다. 특히 동해안의 양양은 10여 년 전부터 서퍼와 주민들의 두터운 협력 아래 서핑 포인트를 찾아내고 개발해 온 지역이다. 따라서 서핑을 할 수 있는 해변도 많고 숙소, 서핑숍, 식당, 카페 등 서퍼들을 위한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 서해안은 만리포 해변, 남해안은 송정 해변, 제주도는 중문 해변이 서핑 포인트로 유명하다.
1. 양양 죽도, 인구 해변 죽도 해변과 인구 해변은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만큼 가깝다. 이곳에는 서퍼가 아니어도 먹고 마시며 쉬었다 갈 수 있는 숙소, 식당 등이 즐비하다. 서핑 문화를 기반으로 인테리어를 한 가게들은 하나 같이 개성이 넘치고 이국적이다. 이 가게들에 들러보는 것만으로 죽도 해변에 가볼 이유는 충분하다. 다만, 여름철 성수기에는 엄청난 수의 해수욕객과 서퍼들이 몰린다. 그만큼 충돌 사고의 위험도 높아 주의해야 한다. SURF SCHOOL 타일러 서프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인구중앙길 65
2. 양양 기사문 해변 죽도 해변 다음으로 편의 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해안선의 길이가 짧아서 조금만 많은 서퍼들이 몰려도 붐비는 해변이다. 얕은 수심 덕분에 초보자가 서핑을 배우기에는 적절하지만 파도가 큰 날에는 조류가 심해서 위험하다. SURF SCHOOL 양양 서프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기사문길 11
3. 양양 남애 3리, 동호 해변 위에 소개한 해변들에 비해 찾아오는 인파가 적다. 해안선의 길이도 길어 웬만해선 붐비지 않는 해변이다. 다만, 주변 편의시설은 부족한 편이다. 조용히 서핑을 배우는 데 집중하고 싶다면 이곳을 권한다. SURF SCHOOL 팔봉 서프 앤 하우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안남애길 19, 서프 클럽 젯시티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선사유적로 316-20
4. 태안 만리포 해변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서핑 포인트로 숙박하지 않고 당일로 다녀오는 서퍼들도 많다. 다만, 서해안은 동해안이나 남해안만큼 파도가 자주 들어오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만조 시간 전후에 파도가 좋기 때문에 이 시간을 맞춰서 찾아가면 행운의 파도를 만날 수도 있다. 특히 저녁 시간, 이곳에서의 일몰 서핑은 황홀한 기분이 들게 한다. SURF SCHOOL MLP 서프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2길 172
5. 부산 송정 해변 부산의 가장 대표적인 서핑 포인트다. 해변 주변에는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곳 역시 파도가 좋은 날은 많은 서퍼들로 붐비기 때문에 충돌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이곳에는 여름철에 가장 양질의 파도가 들어온다. SURF SCHOOL 베어 브라더 부산 해운대구 송정광어골로 21 2층
6. 제주도 중문 해변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서핑 역사가 가장 오래된 지역이다. 또한, 많은 서퍼들이 국내 최고의 서핑 포인트로 손꼽는 해변이다. 파도가 작은 날은 초보자들이 배우기 좋고, 파도가 크고 깔끔하게 들어오는 날은 외국의 유명 서핑 포인트도 부럽지 않다. SURF SCHOOL 자바론 서프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2096-3
어떤 장비를 준비해야 할까? 아직 서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면 일단 서핑스쿨에서 강습을 받은 뒤, 강습용 보드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강습용 보드는 외부에 스펀지 소재를 덧대어서 충돌 시 일반 보드에 비해 부상의 위험이 적다. 만약 몇 번 서핑을 해보았고, 이제 자신만의 첫 장비를 구매해야겠다면 중고 서핑보드를 권한다. 이는 처음 운전을 할 때 저렴한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과 동일한 이유다. 초보자일 때는 잦은 충돌로 인해 서핑보드에 상처가 생기기 마련이다. 서핑보드를 비롯해 서핑을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장비는 다음과 같다.
1. 서핑보드 길이에 따라 롱보드(8-10피트), 펀보드(7-8피트), 숏보드(7피트 이하)로 나눈다. 초보자는 부력이 뛰어난 9피트 이상의 롱보드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숏보드는 부력이 낮아 초보자에게는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2~3년 이상 경력의 서퍼들이 즐겨 탄다. 일반적으로 롱보드는 느리고 부드러운 라이딩을 할 수 있고, 숏보드는 빠르고 강한 라이딩이 가능하다. 음악으로 빗대어 표현하자면 롱보드가 재즈, 숏보드는 힙합이다.
2. 핀 서핑보드의 뒤쪽 아랫면에 부착하는 장비다. 몇 개의 핀을 꼽느냐에 따라 싱글핀(1개), 트윈핀(2개), 트러스터핀(3개), 쿼드핀(4개) 등으로 부른다. 핀의 개수, 소재, 크기는 서핑보드의 모양만큼이나 라이딩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초보자일 때는 그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의 트러스터핀 또는 싱글핀으로 시작해보길 권한다.
3. 리시 서핑보드가 서퍼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끈이다. 서핑 보드와 연결 후 서퍼의 발목에 착용한다. 서핑보드의 길이와 비례해 조금씩 다른 길이의 리시를 선택하면 된다.
4. 웻수트 바닷물, 바람 등으로부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입는 옷이다. 수온에 따라 다양한 두께의 웻수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웻수트의 두께는 3~4밀리미터다. 여기에 좀 더 얇은 2밀리미터 스프링 웻수트와 두꺼운 5밀리미터 겨울용 웻수트까지 갖추면 우리나라에서 사계절 내내 서핑을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5. 왁스 서핑 보드 윗면에 발라서 접지력을 높이는 물건이다. 왁스를 바르면 서핑 보드 표면에 작은 요철이 생겨 서퍼가 라이딩 도중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왁스가 물에 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강도의 제품이 출시돼 있다. 계절과 수온에 맞는 왁스를 고르면 된다.
서핑을 배우기 가장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라 파도의 양과 질이 확연히 다르다. 여름에는 남해안 지역에 좋은 파도가 생기고,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동해안에 멋진 파도가 몰려온다. 특히 여름철 제주도에는 거의 매일 초보자가 즐길 수 있는 파도가 있다. 따라서 여름에 처음 서핑을 배우고자 한다면 제주도를 추천한다. 물론, 동해안과 서해안도 초보자가 강습을 받기에 적당한 파도는 꾸준히 들어온다. 오히려 파도가 너무 크면 강습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무작정 찾아가기 전, 먼저 해당 지역의 서핑숍에 연락해서 파도의 컨디션에 대해서 문의해 보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여름과 달리 가을부터는 동해안 지역에 파도의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며, 겨울이 되면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크기의 파도도 종종 생긴다. 겨울 파도가 얼마나 크고 멋있는지 알고 싶다면 2014년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서핑 영상 <The Winter Surf>를 확인해 보자.
바다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은 무엇이 있을까? 서퍼들 사이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드롭(Drop)’을 하지 않는 것이다. 드롭이란 먼저 파도를 잡은 서퍼의 라이딩을 방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경우, 하나의 파도에는 한 명의 서퍼만 타야 한다. 파도를 탈 때는 직진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도가 부서지는 방향에 따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라이딩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A서퍼가 왼쪽으로 라이딩을 하는데 그 중간에서 B서퍼가 파도를 잡을 경우, A 서퍼는 진로를 방해 받게 되므로 충돌의 위험도 생긴다. 따라서 누군가가 이미 파도를 타고 있다면 그 파도는 타려고 해서는 안 된다. 드롭은 서퍼들 사이에서 가장 비난 받는 행위다.
- 에디터
- 글 / 김동기(아웃도어 전문 광고 회사 38 프로덕션 대표)
- 포토그래퍼
- 박그림, 엄준식(서핑 전문 잡지 <WSB FARM>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