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스포츠의 광고 문구는 ‘슈퍼 노멀’이었다. 반박할 수 없었다.
현대차가 고성능 디비전 ‘N’을 곧 선보인다는 풍문이 들렸다. i30가 N을 달고 나온다느니, 벨로스터가 N으로 출시된다느니 소문이 무성하다.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제까지 ‘만만한’ 차만 만들 수 없는 노릇 아닌가. WRC에서 출중한 성적을 거두며 양질의 데이터를 쌓고 있는 현대차가 고성능 디비전을 출범하기에 지금보다 호시기는 없다.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래. 이제 또렷한 이미지를 구축할 단계다. 이왕이면 화끈한 차도 만들 줄 아는 브랜드로.
하지만 모든 운전자가 제어가 버거운 고성능을 원하는 건 아니다. 보급형 고성능 역할을 할 수 있는 단계도 제시해야 한다. BMW에 오리지널 M이 있고, 그 아래 M 퍼포먼스 패키지가 있듯이. 그렇게 간택된 차가 아반떼다. 현명했다. ‘국민차’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무난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춘 국산 C세그먼트의 최강자가 아닌가. 친숙함에 경쾌한 주행 성능을 한 스푼 더한 차, 그게 평범한 30대가 바라는 현실적인 펀카니까.
무심코 지나치면 아반떼인지 아반떼 스포츠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억울할 만도 하지만, 동시에 아반떼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저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말하는 듯하다가 조롱하던 자들을 순식간의 룸미러의 점으로 만들어버릴 테니. 그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곳곳에 스포츠 심장의 흔적을 남겼다. 그릴에는 작게 ‘turbo’라고 새겼고, 눈을 치켜뜬 듯한 테일램프에는 ‘ㄷ’자 모양이 3열로 줄줄이 ‘헤쳐 모였다’. 꽁무니에 붙은 디퓨저와 듀얼 머플리팁은 마냥 순진한 차가 아니라고 뒤차에게 말하는 증명서.
성능은 배제하고 아반떼 스포츠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다양한 선택 사양이다. 트렁크 리드 끝에 리어 스포일러를 얹어 슬며시 멋을 낼 수 있다. 시트커버는 블랙과 레드가 있고, 레드와 블랙이 섞인 투톤 선택도 가능하다. 게다가 가슴을 대각선으로 지나는 붉은 안전벨트는 맬 때마다 흐뭇하다. 엔진 커버도 빨간색으로 씌울 수 있어서 엔진룸에서도 아반떼 스포츠의 붉은색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오른손을 열심히 움직이고 싶은 수동 마니아를 위해 6단 수동 변속기 옵션도 준비했다. 국내에서 수동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차는 특히 드물다. 게다가 가격도 더 저렴해지니 솔깃하다.
제원표를 들여다보기 전에는 직렬 4기통 1.6리터 엔진을 품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힘들다. 초반 가속을 꾸준히 밀어붙여 고속으로 진입한다. 터보랙도 거의 느낄 수 없다. 7단 듀얼클러치는 건식이라지만 부드럽게 단수를 바꾼다. 하체는 아반떼와 비교하면 단단한 편이어도 스포츠 세단 정도는 아니다. 편안한 승차감과 스포티한 주행의 접점을 찾은 합리적 세팅이다. 30대라면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차에 오를 일도 많을 테니까.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깔끔하지 못한 도로를 달려도 허둥대지 않고 상반신을 지지한다. 차의 앞머리를 이리저리 틀어도 리어가 진득하게 쫓아온다. 거동을 무너뜨리려 해도 적절한 시간에 자제 인정화 장치가 부드럽게 개입하면서 엔진을 달래고 방향을 바로 잡는다. 이정도 성능이라면 트랙에서도 즐겁게 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흡기 튜닝이다 뭐다 하면서 차에 손댈 필요도 없다. 이미 일상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줄 준비가 되어있다.
체급을 석권한 아반떼, 그리고 번외 경기를 만든 아반떼 스포츠. 국산 2천만원대 차 중에서 아반떼 스포츠를 뛰어넘을 차는 없어 보인다. 이 가격으로 이런 차를 만들 제조사는 흔치 않다. 그야말로 아반떼 브라더스의 전성기다.
크기― L4570 × W1800 × H1435mm
휠베이스 ― 2700mm
무게 ― 1380kg
엔진형식 ―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배기량 ― 1591cc
변속기 ― 7단 자동(DCT)
서스펜션 ― (앞)맥퍼슨 스트럿, (뒤)멀티링크
타이어 ― 모두 225/40 R 18
구동방식 ― FF
최고출력 ― 204마력
최대토크 ― 27.0kg·m
복합연비 ― 12.0km/l
CO2 배출량 ― 142g/km
가격 ― 2천4백60만원
- 에디터
- 이재현
- 사진
- 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