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한국은 어쩌다 e스포츠 강국이 됐을까?

2017.10.17GQ

‘한국 여자와 결혼하려면 장인과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이겨야 한다. 외국 남자들 사이에 떠도는 농담이다. 한국이 얼마나 e스포츠에 강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를 지나 <오버워치>까지 약 18년 동안 한국은 대부분의 메이저 e스포츠 종목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었다. 대체 무엇이 한국을 이토록 강하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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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한국 e스포츠의 힘을 말할 때 모두가 가장 먼저 꼽는 것이 바로 PC방 환경이다. 한 PC방 전문 업체에 따르면 2017년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PC방은 1만 1천여 곳으로 집계된다. 최근에는 1백 석의 대형 PC방이 전국적인 유행, 한국인이라면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일찌감치 조성돼있다. 축구장이 많은 스페인, 브라질, 독일, 잉글랜드 등이 축구를 잘하고, 야구장이 많은 미국과 일본이 야구를 잘하듯, PC방이 많은 우리나라가 e스포츠 강국이 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결과다.

아마추어와 프로, 엘리트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의 구조의 선수층, 유저풀이 많은 곳일수록 피라미드가 커지고 꼭대기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의 피라미드와 비교할 때 한국 e스포츠의 피라미드는 월등히 크다. 한국이 휩쓸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와 <워크래프트 3>,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모두 국내에서 상당한 유저풀을 소유했던, 소유하고 있는 게임들이다. 한국은 세계 e스포츠 시장에서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게임만큼은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유저풀과 성적의 상관 관계를 설명할 때 <카운터 스트라이크 : 1.6>을 예로 들 수 있다. PC방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저가 늘어나던 2003년에는 WCG 한국대표선발전에 약 120여개 팀이 참가신청을 했다. 이즈음부터 한국은 루나틱 하이와 프로젝트kr 같은 프로팀들이 등장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7년 현재 속편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 글로벌 오펜시브>에서 한국은 아시아 내에서만 상위 랭킹에 머무를 뿐, 북미나 유럽 팀들과의 격차는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대회가 열려도 채 8팀을 모으기 어려울 정도로 유저풀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실력은 결국 유저풀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유저가 많은 게임에서는 그만큼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져, 엄선된 엘리트들만이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체계적인 아마추어 육성 시스템  프로게이머는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직업군이다. 많은 이들이 어릴 적부터 프로게이머의 꿈을 안고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다양한 아마추어 대회들이 이들의 꿈이 실제에 가까워지도록 돕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최하는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KeG)다. 2007년부터 시작된 KeG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배로 시작됐다가 2009년부터 대통령배로 승격됐다. 정부 주도 하에 열리는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는 전 세계서 KeG가 유일하다. 11년 동안 2만여 명의 선수들이 KeG 무대를 거쳐갔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의 경우에는 중국에서 온 스카우터들이 대회를 참관하기도 한다. 실제 KeG를 통해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 타이틀을 달았을 만큼 검증된 대회이기 때문에 잠재력 있는 선수들의 몸값이 오르기 전에 계약을 성사시켜 육성하겠다는 의도다.

KeG 외에도 크고 작은 아마추어 대회는 많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 같은 경우 종목사에서 체계적으로 전국 PC방 대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대학생 배틀이나 오버워치 전국 대학 경쟁전은 대표적인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로 떠올랐다. ‘OGN’이나 ‘스포티비 게임즈’ 같은 케이블TV 채널 외에도 ‘나이스게임 TV’나 ‘아프리카 TV’, ‘VSL’처럼 e스포츠 팬들에게 익히 알려진 인터넷 방송 업체들도 아마추어들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들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e스포츠 시장에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대회가 치러진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이런 대회들을 통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되고, 가능성은 곧 프로게이머의 길로 이어진다. 뛰어난 프로게이머는, 사실 이런 풍부한, 그리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군대? 해외 선수와 한국 선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군 입대 문제다.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 하지만 하필 프로게이머의 전성기와 군 입대의 시기가 겹친다. 제대 후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프로게이머들은 더 승패에 집착한다. 그 짧은 기간 내 많은 돈을 벌어들이려면 당연히 큰 대회서 우승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동기부여 차원에서 해외 프로게이머들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e스포츠에 있어 가장 큰 핸디캡일 수 있는 군대 문제가, 한국에서는 거꾸로 실력 향상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에디터
    글 / 이시우(<데일리 e스포츠>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액티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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