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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맞는 소형 SUV는?

2017.10.23이재현

코나와 티볼리가 듀스에 듀스를 거듭하며 소형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골라도 수긍이 갈 만큼 바라보는 관점은 천차만별. 5대 모두 타봤다는 자동차 에디터에게 앞뒤 없이 물었다. 내 돈 주고 산다면, 어떤 차를 택하겠는지.

현대 코나 동급에서 눈에 띄게 훌륭한 주행 감각 덕분에, 그간 내 선택은 트랙스’였’다. 코나와 스토닉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대기아가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두 자동차의 완성도는 꽤 높았다. 활기찬 몸놀림과 넉넉한 실내 공간은 물론 요즘 소비자가 선호하는 각종 편의 장비를 고루 갖춘 패키징까지. 라이벌인 티볼리보다 못한 점을 찾는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둘 중 내 눈에 더 들어온 건 시원시원하게 돌아가는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은 코나. 5대 중 가격이 좀 세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가솔린 모던 트림에 하이패스와 내비게이션, 운전자 보조 장비로 이루어진 스마트 센스 옵션을 넣으면 2천2백95만원이다. 이 정도면 꽤 합리적인 가격 아닌가? 이세환(<카매거진 코리아> 에디터)

현대 코나 SUV는 무조건 크면 장땡일 것 같지만, 이삿짐센터가 아닌 이상 매일 커다란 빈 수레를 몰고 다닐 필요 있을까? 쓸데없이 넓은 공간은 오히려 낭비일뿐더러, 큰 덩치는 운전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렇다고 SUV가 너무
작으면 천성을 무시한 이단아로 여기저기서 조롱할 게 분명하다. 독특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코나가 이런 고민을 끝낼 답이다. 땅딸막해도 어디서도 쉽게 기죽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체형, 대형 SUV 부럽지 않게 빵빵한 첨단 주행 보조 장치는 작아도 초콜릿 잔뜩 박힌 쿠키처럼 만족감이 진하다. 가벼운 몸을 한껏 민첩하게 놀릴 최고출력 177마력의 가솔린 모델은 경운기처럼 굼뜬 차와는 영 궁합이 맞지 않는 나를 위한 선택이다. 박지웅 (<모터매거진> 에디터)

 

쉐보레 트랙스 작으니까 감수해야 할 게 많다고 한다. 왜? 거구의 몸에 소심한 엔진을 달았거나, 만취한 것처럼 시종일관 비틀거리며 덩칫값 못 하는 차도 얼마나 많은데. 소형 SUV도 충분히 든든하고 탄탄한 섀시로 만들 수 있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부터 터져 오르는 디젤 특유의 강렬한 토크감도 당연히 맛볼 수 있고. 소형 SUV라면 그게 더 어울린다.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생생한 피드백도 누려보고 싶다. 먹먹한 운전대는 딱 질색이다. 차가 아담한 만큼 양심 있게 연비도 높아야 하고, 바라는 김에 좁지 않은 실내 공간도 좀 챙겨야겠다. 깊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1.6리터 디젤 엔진을 심은 쉐보레 트랙스다. 소형 SUV라고 해서 전부 포기할 필요는 없다. 고정식(<에보 코리아> 에디터)

 

쌍용 티볼리 ‘나’를 위한 차라면 동급 최강 마력의 코나를 고려했을 거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었다면, 슬슬 ‘우리’를 위한 차를 고려해야 할 나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5대 중 모든 좌석에 열선 시트를 갖추고, 아주 조금이지만 2열 시트를 뒤로 젖힐 수 있는 차는 티볼리가 유일하다. 옵션 차림표도 참 입맛 다시게끔 만들었다. 하위 트림에서도 20만원만 보태면 운전석 무릎 에어백이 달린다. 디젤이든 가솔린이든 사륜구동 시스템을 더할 수도 있다. 코나는 가솔린 모델만 선택할 수 있고, 나머지 3대에겐 기회조차 없는데. 티볼리의 변속기는 디젤 엔진과 만나야 긴장하지 않고 실력을 발휘한다. 네 바퀴를 굴리는 티볼리 디젤. 다른 차보다 푸짐하게 차린 것 같아 외면하기 어려운 구성이다. 에디터 / 이재현

 

르노삼성 QM3 솔직히 소형 SUV를 타면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따지는 사람이 있을까? 이 급의 차는 그저 적당한 실용성에 앙증맞은 디자인, 그리고 뛰어난 연비를 미덕으로 삼고 타는 차다. 르노삼성의 QM3는 5대의 SUV 중에서 그 요소들을 가장 잘 버무렸다. 최근에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어린이처럼 귀엽기만 했던 외모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성숙해졌다. ‘C’자형 주간주행등은 이제 르노삼성의 떳떳한 주니어가 되었다는 성장의 증명.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산뜻한 색상이 많아 고민하는 재미가 있고, 좌우로 물 흐르듯 켜지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은 기존 소형 SUV에선 쉽게 볼 수 없던 섬세한 눈빛이다. 안정환(<오토카 코리아> 에디터)

르노삼성 QM3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점점 차가운 기계에게서 따뜻한 감성을 바라는 것 같다. 로봇 강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럿일 테지만, 다정하고 귀여운 친구가 되는 게 가장 큰 역할인 것처럼. QM3는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SUV의 투박한 디자인을 벗어나 오동통한 너구리처럼 귀엽다. 근심 가득한 얼굴을 하거나, 작아 보이지 않으려고 어색한 기교를 부린 흔적도 없다. 쌍꺼풀도 모자라 ‘세쌍꺼풀’이 된 테일램프는 뒤따라오는 차에게도 사랑스러운 추파를 남긴다. 자유분방한 프랑스 스타일을 배워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를 태블릿 PC로 대체한 인테리어도 기발하고, 엉성하고 불안정하게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비율 역시 만족스럽다. 어차피 자기만족이 목적이라면 디자인과 감성은 자동차를 선택하는 좋은 기준이다. 손권율(<모터매거진> 에디터)

 

기아 스토닉 스토닉은 과장되지 않은 은근한 맛이 있다. 사근사근한 생김새에 깃든 나긋나긋한 품성, 부담 없는 가격으로 누리는 아쉬움 없는 구성, 보편타당한 달리기 실력과 비교우위의 연료 효율성에 이르기까지. 소형차와 준중형차 구매층을 납득시킬 가치와 특질을 한껏 아우르면서도 좀처럼 유난 떠는 법이 없다. 화려한 향신료 없이 정갈한 꾸밈새와 정교한 만듦새로 이끌어내는 깊은 풍미도 신인답지 않게 노련한 재주. 태생이 차세대 프라이드(코드명 YB)의 크로스오버 버전인지라 구색은 대략 프라이드 반 양념 반. 신선한 재료에 SUV 특유의 알싸함이 어우러져 감칠맛이 그만이다. 김성래(<자동차생활)> 에디터)

기아 스토닉 국산 소형 SUV 5대 중 스토닉을 꼽은 이유는 간단하다. 디자인 때문이다. 어차피 소형 SUV는 SUV다운 강력한 힘이나 험로 주파, 넉넉한 공간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점점 요란해지는 디자인도 감흥이 없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스토닉의 꾸밈없고 매끈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신형 프라이드에서 지상고를 높인 것 같은 크로스오버 스타일도 나머지 4대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스토닉만의 매력이다. 디자인이 너무 밋밋하고 실내 내장재가 싸 보인다는 평가가 있지만, 저렴한 가격과 해치백에 가까운 주행 성능이 모든 것을 만회하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판매량이 많지 않다. 연말에 가솔린 모델이 출시되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을까? 김준혁(<탑기어 코리아> 에디터)

    에디터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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