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브랜드 스니커보다 더 비싼 가짜 스니커가 있다. 대체 얼마일까?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에스는 요즘 유행하는 ‘못생긴 스니커’ 중 최고의 모델이다. 심해어를 닮은 이 기이한 스니커는 8백 달러(약 1백만원)에 육박하는 발매 가격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구할 수 조차 없다.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매진됐기 때문이다. 굳이 구해야겠다면, 스니커 리셀러들에게 1천 달러(약 1백 2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트리플 에스가 스니커 마니아들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증거는 따로 있다. 바로 우후죽순처럼 모조품이 등장한 것이다.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가짜 스니커의 대부분은 나이키의 에어 조던 시리즈 혹은 아디다스의 이지 부스트 시리즈였다. 루이 비통이나 구찌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모조품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발렌시아가 트리플 에스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스니커들 중에서도 얼마든지 가짜가 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자라에서 나온 35달러짜리 유사품에 대해 말하는 건 아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트리플 에스 모조품의 시세는 진품의 절반 정도인 약 4백 달러(약 50만원) 선이다. 최근의 유행은 다소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스니커는 더 그렇다. 말하자면 더 커지고, 두툼해지고, 더 촌스러워졌다. 이 다소 기괴한 경향은 모조품의 세계까지 이상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커먼 프로젝트의 로우 톱 스니커보다 비싼 모조품 스니커가 등장한 것이다. 이보다 기괴한 일이 또 있을까? 아무리 완벽하게 똑같이 복제한 모조품일지라도, 가짜는 엄연한 가짜다. 하물며, 트리플 에스를 완벽하게 복제한 모조품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모조품의 사진을 확인해본 결과, 어떤 모델도 오리지널 특유의 ‘프리 더티드 솔(pre-dirtied sole)’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했다. 다시 한 번, 모조품은 모조품일 뿐이다. 완벽하게 똑같지도 않은 제품에 4백 달러를 투자한다는 건 단지 ‘못생긴’ 행동일 뿐이다.
- 에디터
- 글 / 제이크 울프(Jake Woolf)
- 사진
- 발렌시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