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셰프는 두 진영으로 나뉜다. 식사 전 인증샷을 결사 반대하는 셰프 vs. 먹스타그램을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셰프. 얼마 전 영국의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인 워터사이드 인에서 공식적으로 손님들에게 음식 사진을 찍지 말라고 선포하자, 고든 램지가 이에 반박하면서 먹스타그램을 둘러싼 요식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반대파
영국 미쉐린 3 스타 ‘워터사이드 인(The Waterside Inn)’의 셰프 미셸 루&알랭 루 “사진 찍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출입문에 ‘사진 금지’라는 팻말을 붙여놨죠. 대체 뭘 하는 거죠? 독특한 음식을 보면 식사 중 한 번 정도는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사진기에 맛까지 담아낼 순 없잖아요?”
프랑스 ‘르 쁘띠 쟈뎅(Le Petit Jardin)’의 셰프 장-노엘 플뢰리 “극장이나 영화관에 들어갈 땐 핸드폰을 끄면서 레스토랑에선 왜 그러지 않죠? 전통적으로 프랑스에서 식탁은 대화가 이뤄지는 곳이에요. 우리 레스토랑에선 핸드폰 사용 시 호루라기를 불고 옐로카드로 경고하는 축구 경기의 방식을 차용했습니다. 그 후로 아이들과 대화하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부모님도 있죠. 우리 방식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레스토랑으로 가세요. 이 마을엔 세 개의 레스토랑이 더 있습니다.”
프랑스 오베르쥬 드 뷔 퓌(L’Auberge du Vieux Puits)의 프랑스 최고 명장(MOF) 셰프 질 구종 “사진을 찍어서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 직접 와서 겪는 놀라움이 반감됩니다(일종의 스포일러라고요). 또 내가 만든 음식에 대한 지적 재산권도 도용될 수 있어요. 누군가 그걸 보고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으니까요. 더구나 핸드폰으로 찍은 음식 사진은 대부분 좋은 퀄리티가 아닙니다. 구린 사진은 우리 레스토랑의 이미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짜증 나는 일이죠.”
뉴욕 ‘모모후쿠 코(Momofuku Ko)’의 셰프 데이비드 장 “그냥 음식이잖아요. 드세요.”
프랑스 미쉐린 2 스타 ‘라 그르누이에르(La Grenouillere)’의 셰프 알렉상드르 고티에 “예전엔 레스토랑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기념하기 위해서 할머니 사진을 찍었다면 지금은 음식 사진을 찍어요.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업데이트하는 사이에 음식은 차가워지고 말죠.”
뉴욕 ‘블레이(Bouley)’의 셰프 데이비드 블레이 “사진 촬영은 식사 분위기를 망쳐요. 6분에 한 번씩 플래시가 터지는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옆 테이블에서 터지는 플래시 때문에 약혼녀에게 프러포즈하려던 로맨틱한 계획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고요.”
찬성파
<헬스 키친>, <마스터 셰프>의 독설가 셰프 고든 램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사진 촬영을 금지한 셰프들을 향해) 얼마나 거만한지! 지금은 2017년이에요. 고객들이 음식 사진을 찍는 건 셰프에게 큰 칭찬이라고요. 저는 훌륭한 사진을 보면 가서 식사하고 싶어지더군요. 사진 촬영을 금지한 셰프는 시대에 뒤처진 몹쓸 늙은이예요!”
바보(Babbo Ristorante Enoteca) 등 미국 20여 개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셰프 마리오 바탈리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고 다른 손님들 사진을 찍지만 않는다면, 작은 카메라로 즐겁게 사진 찍는 걸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내 사진을 찍으려는 손님들을 위해서 1년에 수백 번씩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전 미쉐린 레스토랑 시에나(Sienna) 셰프이자 현 레스토랑 컨설턴트인 영국 셰프 러셀 브라운 “직접 만든 음식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사진 찍는 데 불만을 가질 수가 없어요.”
영국 미쉐린 3 스타 ‘아라키(Araki)’의 대변인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찍어도 좋습니다. 플래시만 터트리지 않는다면요.”
런던 ‘더티 본(Dirty Bone)’의 대변인 “요즘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에 먹스타그램을 공유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우리는 완벽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레스토랑에서 촬영에 필요한 장비, 즉 소형 LED 조명, 휴대용 충전기, 스마트폰 광각렌즈, 셀카봉 겸 삼각대를 무료로 대여하고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스타그램을 보고 뭘 먹을지 결정하기 때문에 손님들이 A컷을 건지는 게 저희에게도 중요한 일이 됐어요.”
- 에디터
-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 사진
- pixabay.com, michelroux-obe.com, 트위터 @GordonRam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