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dget

다다익선, 혼다 오딧세이

2017.12.18이재현

8개 좌석과 10단 변속기, 그리고 온갖 편의 기능을 알차게도 담았다. 다다익선은 혼다 오딧세이를 설명하는 가장 뚜렷한 표현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혼다는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누적 판매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세 손가락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이대로라면 상위권으로 2017년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선방했다고 자축할 수 없는 한 해다. 지난 3월 출시한 SUV, 5세대 CR-V가 문제였다. 신차인데도 차 안 곳곳에 녹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믿고 사는 차라고 알려진 CR-V여서 말이 더욱 많았다. 해가 바뀌기 전에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혼다 코리아는 노후한 기존 모델을 대신할 차세대 오딧세이를 투입했다. 신속하면서도 조용한 출시였다. 믿음을 되찾기 위해 일일이 마감재를 뜯어가며 혹시 녹이 슬었는지 기꺼이 살폈다고 한다.

사실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기아 카니발의 위상을 위협할 차는 없다. 1998년 처음 출시한 토박이 모델이기도 하고, 혼다 오딧세이와 토요타 시에나보다 가격도 훨씬 저렴해 ‘독재’라고 해도 될 정도로 판매량이 압도적이다. 오딧세이의 가격을 2천만원 내리지 않는 한 카니발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미니밴임에도 불구하고 경쾌한 주행 성능과 기발한 공간 활용을 앞세워 카니발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로 슬슬 파고들었다. 오딧세이 5세대는 그래서 어깨가 무겁다. 혼다 코리아의 구원투수로 활약해야 하는 데다, 이전 세대의 성능을 뛰어넘어야 하는 의무가 막중하다.

차체 크기는 전과 거의 차이 없지만, 어쩐지 엉성했던 전면부 디자인을 혼다의 패밀리 룩을 따라 바꿨다. 심심했던 옆모습에도 역동적으로 굽이치는 캐릭터 라인을 넣었고, D필러 하단부를 윈도가 관통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린하우스가 길어지기 때문에 차가 더욱 웅장해 보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오딧세이는 슬라이딩 도어를 열어야 진가가 드러난다. 시트 3개가 나란히 붙은 2열 중 가운데를 떼어내면 앞뒤는 물론 좌우로도 시트를 움직일 수 있다. 한쪽으로 시트를 몰아두면 3열로 향하는 길이 훨씬 편하다. 3개의 좌석이 있는 3열은 성인이 앉아도 편할 정도로 무릎 공간이 넉넉하고, 등받이 각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밑이 움푹 파인 트렁크로 3열을 접어 넣으면 평평한 적재 공간이 생긴다. 2열 시트까지 떼어내면 웬만한 화물차 부럽지 않을 정도로 품이 넓다. 탈착할 수 있는 구조상 한계 때문에 2열 시트 히팅 기능은 없지만, 큼직한 가구도 거뜬히 들어갈만한 공간을 떠올리면 감내할 만하다.

혼다는 “미니밴은 이렇게 만드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기능을 오딧세이에 잔뜩 넣었다. 운전석에서 말하면 기내 방송처럼 차내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뒷좌석 탑승자에게 목소리가 전달되고, 디스플레이를 통해 2열과 3열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트렁크에 실린 내장형 청소기다. 흙이나 과자 부스러기 정도는 거뜬하게 흡입하고, 호스의 길이도 넉넉해서 대시보드와 운전석 바닥까지도 닿는다.

파워트레인에도 ‘세계 최초’가 있다. 양산차에 탑재한 변속기 중에서 가장 단수가 높은 것은 레인지로버 이보크 등에 실린 ZF의 전륜 9단 자동변속기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후륜 9단 자동변속기였다. 오딧세이엔 이보다 한 발 더 장전한 10단 자동변속기가 처음으로 달렸다. 과연 10단까지 쓸 일이 있을지 의문이어도 더욱 진보한 기술력을 드러내려는 자신감에서라면 이런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다. 3.5리터의 배기량은 전과 같지만 최고출력은 31마력 높인 284마력, 최대토크는 1.2kg·m 올린 36.2kg·m다. 육중한 덩치를 밀고 나가는 맛이 전보다 시원하다. 주행과 거동 안정성도 경쟁 모델 중에서 따라올 차가 아직 없다. 윈도는 이중 접합 유리여서 내부로 들어오는 소음도 꼼꼼하게 막는다. 경우에 따라 연료 효율을 위해 6개 중 3개의 실린더만 사용하고,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LKAS),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등 6가지 기능이 포함된 ‘혼다 센싱’이 남도 육첩반상처럼 푸짐하다.

혼다는 종종 뚱딴지 같은 시도를 해왔다. 전륜구동인 대형 세단 레전드의 엔진을 후륜구동 자동차처럼 세로로 배치하기도 했고, 직접 개발한 직립 보행 로봇 ‘아시모’가 느닷없이 팔을 흔들며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동안 심심한 차만 만들어 혼다의 예상할 수 없는 매력이 옅어진 것 같아 자못 아쉬웠다. 오딧세이에 실린 좌우로 움직이는 2열 시트와 내장형 청소기, 운전석 방송 시스템 등은 사실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다만 남들이 생각지 못한 기능일 뿐이다. 혼다의 엉뚱한 엔지니어들이 돌아온 것 같다는 기분 하나만으로도 오딧세이는 이미 좋은 미니밴 이상의 가치가 있다.

크기 ― L5190 × W1995 × H1765mm
휠베이스 ― 3000mm
무게 ― 2095kg
엔진형식 ― V6 가솔린
배기량 ― 3471cc
변속기 ― 10단 자동
서스펜션(앞)맥퍼슨 스트럿, (뒤)세미 트레일링 암
타이어 ― 모두 235/55 R19
구동방식 ― FF
최고출력 ― 284마력
최대토크 ― 36.2kg·m
복합연비 ― 9.2km/l
CO₂ 배출량 ― 188g/km
가격 ― 5천7백90만원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이현석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