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올해의 다시 보기 :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2017.12.22이예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느와르의 외피를 쓴 애틋한 멜로드라마다. 경찰과 조폭이라는 두 축의 캐릭터는 속고 속이는 관계 속에서 배신의 서사를 거듭하지만, 그들이 진짜로 기만하는 건 서로가 아닌 자신의 감정이다.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야 한다”던 한재호(설경구)는 결국 “내가 진짜 뭐에 씌었나 보다”고 불가항력을 받아들인다. 남은 건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자기 파멸의 비극으로 달음박질치는 것.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뭐에 씌인” 설경구를 보았다. 오랜 세월 벼린 견고한 얼굴 위로 떠오르는,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듯한 황황한 눈빛. 임시완의 겁 없이 새파란 눈과 말간 얼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좋은 영화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된 영화가 얼마나 많겠냐만,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경우는 좀 안타깝다. 개봉 첫 주에 감독이 개인 SNS에 사적으로 쓴 말들이 발췌되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큰 논란이 됐고, 관객은 90만 명 선에서 그쳤다. 이후 영화의 열성 팬덤인 ‘불한당원’들이 극장을 대관해 단관 상영을 이어가며 3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추가로 동원할 수 있었다.

    에디터
    이예지
    일러스트레이터
    Ad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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