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 열 군데를 골랐다. 햇살이 길게 늘어질 때까지 앉아 점심을 먹고, 주방에 불이 꺼질 때까지 앉아 저녁을 먹었다.
기치조지 도쿄의 작은 동네 기치조지의 골목골목에는 열 평 남짓한 작은 술집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언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서울 상수동에 이 분위기를 머금은 기치조지라는 이름의 ‘오뎅바’가 문을 열었다. 한구석에서는 오뎅이 폭폭 익어가고, 차가운 사케가 잔 안에서 찰랑이는 곳. “7년 전 도쿄 여행을 갔을 때부터 오뎅바를 열고 싶었어요. 정말 오뎅바를 만든다면 꼭 상수동이었으면 했고요.” 한국에 서 ‘오뎅’은 어묵을 말하지만, 일본에서는 훨씬 넓은 의미가 있다. 무, 곤약, 떡, 어묵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다시에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것이야말로 진정한 ‘오뎅’이다. 고기 반죽을 양배추로 감싼 캐비지롤, 동그란 치기리아게와 넓적한 네모 모양의 사츠마 등의 여러 가지 어묵, 무, 토마토 등이 커다란 동냄비에서 오랜 시간 함께 끓는다.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더 깊은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오뎅의 의미. 손님이 주문을 하면 주인은 오뎅을 꺼내 한입 크기로 썰고 따로 한 번 끓여서 감칠맛을 끌어낸다. 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해 깔끔한 맛의 간사이식 오뎅이 이곳의 전문이다. 따끈하게 익힌 토마토 위에는 바질페스토를 올려서 낸다. 식재료에서 녹아난 진한 맛이 사케와 특히 잘 어울려 사케 리스트를 짜는 데도 정성을 들였다. 서경한 셰프와 유경민 셰프는 이곳이 사람의 온기로 채워지길 바란다. 와장창 깨질 듯이 날씨가 추울 때나 어쩐지 위장만큼 마음이 헛헛할 때, 이곳이 더 생각나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11
전화번호: 02-332-6552
웹사이트: @sangsu_kichijoji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이현석
- 프리랜서 에디터
- 김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