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대신 파에야, 박서준 대신 테네리페 와인이 있는 그 식당을 직접 찾아가 봤다.
윤식당을 찾아 떠났다. 윤여정이 요리하고 박서준이 주문 받는 비현실적인 서비스는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대서양 남국의 섬에 남아있다. <윤식당 2>를 촬영한 곳은 카나리아 군도 중 가장 큰 섬인 테네리페(Tenerife)다. 스페인 영토에 속하지만, 아프리카 모로코의 남쪽 국경에 떠 있는 곳. 1년 내내 평균 24도 내외의 온화한 아열대 기후라 유럽 사람들의 대표적인 피한처다. 특히 우울한 겨울을 견뎌야 하는 독일,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슬로베니아 사람들에게는 하와이 같은 곳이다. 카나리아 제도에서 발표한 공식 통계자료를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약 4백만 명이 카나리아 제도를 방문했고 약 6조 원을 지출하고 갔다고 한다.
연중 따뜻한 날씨와 돈이 마르지 않는 탓에 카나리아 제도엔 어딜 가나 여유가 흘러 넘친다. 느지막이 일어나 서핑을 하고 낮술을 마시고 낮잠을 자고 거나한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게으른 일상이 섬 전체에 퍼져있다. <윤식당 2>를 촬영한 테네리페의 작은 마을, 가라치코(Garachico)도 이런 조용한 풍요와 여유가 지배하는 곳이다. 테네리페 노르테 공항에서 차로 50분, 테네리페의 번화가인 푸에르토 데 라 크루즈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가라치코가 있다. 과거 스페인이 대서양 해상 무역왕이었던 시절, 미국,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항구도시로 번성했던 곳이며, 지금은 번잡한 리조트를 피해 고즈넉한 휴양지를 찾는 사람들이 느리게 걷는 곳이다.
가라치코에 도착하자마자 방송에서 봤던 눈에 익은 장면이 펼쳐졌다. 화산암으로 만들어진 천연 수영장, 박서준이 아침 운동을 하던 바닷가, 윤여정과 정유미가 신중하게 메뉴를 고르던 아이스크림 가게. 목적지는 구) 윤식당. 작은 마을이라 지도도 필요 없다. 모든 길은 마을의 구심점인 교회 광장으로 통한다. 광장에 서면 커다란 분홍색 건물이 보이는데 그 건물의 다른 문을 찾아 모퉁이를 돌면 구) 윤식당이 보인다. 거대한 분홍색 건물은 사실 근사한 중정이 있는 16세기 권세가의 집을 리모델링한 호텔이고, 호텔 뒷문쯤에 자리하고 있는 ‘타스카 델 비노(Tasca del vino)’라는 이름의 와인 바가 바로 구) 윤식당이다. <윤식당 2>에서 왜 손님이 하루에 4팀 밖에 없는지 의아할 정도로 마을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다. 가라치코를 방문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길목이다.
와인 통으로 만든 독특한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늦은 점심으로 파에야와 샐러드를 주문했다. 가게 안은 <윤식당 2>에 나오는 타일 테이블, 모로코풍의 러그, 예쁜 소품 대신 국적을 알 수 없는 부처상과 코라 콜라 로고가 새겨진 대형 냉장고가 채워져 있었다. 파에야와 샐러드는 맛이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지만, 하우스 와인만은 인상적이었다. 카나리아 제도 와인은 화산암의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 맛이 독특한데 구) 윤식당의 담벼락에 앉아 마신 드라이한 레드 와인은 요즘 유행하는 내추럴 와인처럼 풍부한 미네랄이 느껴졌다. 기존의 슈퍼마켓에서 사 먹던 대규모 와이너리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맑고 상쾌한 와인을 발견한 기쁨은 없어진 윤식당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충분했다.
계산할 때 직원에게 “여기서 촬영했던 예능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큰 인기예요. 아마 아시아 젊은이들이 유튜브로 다 볼 걸요.”라고 말했지만 믿을 수 없단 표정이다. 연기자와 화려한 무대가 사라진 뒤 타스카 델 비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끝내주는 와인을 파는 와인 바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윤식당 2>가 시청률을 갱신하거나 말거나 가라치코 주민들은 그들의 느긋한 일상을 그대로 즐기고 있었다.
- 에디터
-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 사진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