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경주의 토종견 ‘동경이’

2018.03.13손기은

경주의 토종견 ‘동경이’는 태생적으로 꼬리가 댕강하다. 그래서 매번 더 힘차게 흔든다.

경주 지역 토종견인 ‘동경이’는 노루 꼬리처럼 짧게 삐죽 나와 있어 휘저을 수 없는 꼬리가 특징이다. 조상이 비슷한 토종견인 진돗개나 삽살개와 얼굴만 놓고 보면 족보 구분이 영 힘들지만, 뒷모습을 보는 순간 동경이가 눈에 단박에 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 끄트머리처럼 짧은 그 꼬리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면 동경이가 맞다. 산세가 험한 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토종견들은 초기에 꼬리가 아주 짧은 형태였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게 된 다른 토종견들에 비해 개체수도 적고, 가축으로 발굴되지 못한 동경이는 짧은 꼬리 그 자체로 유지되었을 거란 추측이다.

5~6세기 신라 고분군에서 출토된 개 모양 조형물엔 꼬리 짧은 개가 등장한다. 그 고분군을 발굴하는 1926년 현장 흑백 사진 속에도 동경이가 찍혀 있다. 그런데 경주개 동경이연구소 최석규 센터장과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 박순태 이사가 2000년대 초반 동경이를 찾아 나설 때만 해도 확인된 개체수는 고작 7마리였다. 온 동네를 돌며,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며 동경이를 불러 모았다. 천연기념물 지정은 2012년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올해부턴 철저한 기준 아래 시외로 분양도 시작한다. “동경이는 사람을 엄청 좋아해요. 5분만 지나면 다 친해져요. 진돗개가 주인에겐 충성해도 타인에겐 경계심을 풀지 않는 것과는 좀 다르죠.” 진돗개보다 몸집도 작은 편이라 다 자란 개도 키가 50센티미터를 밑돈다. 약간 팔각형을 띠는 진돗개 얼굴을 보다 동경이를 보면 작고 동그스름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진 속은 4개월 된 호랑이 무늬 동경이.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 그래도 매일 보란 듯이 자란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