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타오를 때나, 서글프게 외로울 때나 중국술 바이주를 딴다.
중국술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몇 개 있다. ‘빼갈’, ‘고량주’, ‘짝퉁’. 사실 이 단어들과 멀어질수록 중국술의 진짜 얼굴을 더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다. 대신 새로이 입에 붙여야 할 단어는 ‘바이주’다. 빼갈은 바이주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인 ‘바이간’을 간추려 부르는 말이며, 고량주는 백주 중에서도 수수로 만든 술을 한정해 부르는 단어다. 바이주는 백주를 중국식으로 읽은 단어이며 ‘Baijiu’라는 영문 표기로도 통용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익혀둘 만하다.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명주들이 이 단어 안으로 우르르 들어온다. 물론 중국 본토에선 황주와 백주가 두루 다양하지만 아직 한국에선 제한적인 종류의 백주만 주로 유통된다. 국내 유통점보다는 면세점에 바이주의 종류가 더 다양하며, 보틀숍 ‘와인앤모어’나 대림동의 ‘천리마 마트’에서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이제 막 바이주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한자로 표기된 라벨과 제각각 명주라고 울부짖는 바이주 앞에서 혼란에 빠질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럴 땐 가장 흔하게 바이주를 구분하는 방법을 알아둔다. 사용하는 누룩이나 발효법에 따라 달라지는 향으로 분류하는 식인데, 대표적인 향은 장향, 청향, 농향이다. 장향은 말 그대로 된장에서 맡을 수 있는 쿰쿰한 향이 지배적인 술을 일컫는다. 내추럴 와인을 마실 때 느껴지는 효모의 기운과도 비슷하다. 마오타이와 랑주가 장향하면 떠오르는 술인데, 개성 있는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청향은 ‘독하다’, ‘찌른다’ 라는 말이 생각나는 향으로 혓바닥과 콧구멍을 자극하는 순수한 알코올 향에 가깝다. 한국에선 2010년 이전, 연태구냥이 득세하기 전까진 중국술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향이었다. 연태구냥의 유행과 함께 빠르게 번져나간 향은 농향이다. 파인애플 향이 슬쩍 스치고 주로 꽃 향, 과일 향이 스프레이를 뿌린 것처럼 시원하게 난다. 옆 테이블에서 농향형 바이주를 마시면 눈보다 코가 먼저 알아챌 정도다.
천진금화 고량주 수수로 만들어 고량주라는 이름이 붙는 바이주다. 고량주 특유의 ‘코릿코릿’한 향을 부드럽게 눌러 수출용으로 만든 술이다. 여기 있는 다른 술에 비하면 가격도 가뿐하다. 알코올 도수도 49도 정도로 낮췄다. 청향형이며, 앞면엔 라벨이 뒷면엔 미인도가 그려져 있다.
몽지람 M3 양하주창에서 내놓은 고급형 바이주다. 몽지람이라는 이름하에 총 4가지 등급으로 나오는데 국내엔 M3와 M6 등급만 수입된다. 농향형이지만 향형을 내세우기보단 스스로를 ‘면유형’이라고 부르는데, 도수가 높은데도 부드럽고 깊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단어다.
귀주 마오타이 오량액과 함께 국내에서도 톡톡히 명성을 얻은, 그래서 ‘짝퉁’과의 전쟁을 살벌하게 벌이는 바이주 중 하나다. 대표적인 장향형 술로 작은 잔에 따르면 은은한 간장 향, 차 향 등이 뭉게뭉게 올라온다. 귀주성 모태진에서 만든 술이라 귀주 마오타이, 모태주라고도 부른다.
오량액 쌀, 찹쌀, 수수, 옥수수, 밀 5가지 곡식으로 빚은 술이라서 이름이 오량액이다. 중국식으로 읽어 우량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워낙 유명하고 익숙한 술이라 병을 보면 이름보다도 아! 소리가 먼저 나온다. 대표적인 농향형의 술이며, 다른 농향형에 비해 둥그렇게
양하대곡 농향형의 바이주로 8대 명주, 10대 명주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술이다. 우리에겐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중국 전역에 179개의 지사를 둔 거대 주류 회사의 대표 상품으로,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된 지는 1년 남짓밖에 안 됐다. 청량한 푸른색 병목에 늘 붉은 리본을 묶고 있다.
분주 직설적이고 과감한 청향형의 매력을 품고 있는 바이주다. 홍성이나 우란산 이과두주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기필코 빠져들 맛이다. 특히 20년 숙성을 거쳐 묵직한 병에 담은 사진 속 분주는 부드러운 단맛까지 살짝 맴돌아 어떤 중국 요리에도 척척 들어맞는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이현석
- 도움말
- 박장열(브랜드 디밸로퍼, 바이주 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