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언더그라운드 클럽 스크램블은 아주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여기는 디제이가 직접 디제잉을 해서 좋아요.” 응? 클럽 스크램블의 실장 정태민이 한 손님에게 들은 말이다. 전국적으로 대형 클럽과 감성주점이 난립 중이고, 그곳의 디제이 대부분이 ‘버튼 푸셔’라는 것은 아는 사람만 알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공공연하다. 스크램블은 전주, 모르긴 몰라도 전라도 전체에서 유일한 언더그라운드 클럽이다. 굳이 ‘언더그라운드’라는 수식을 덧붙인 것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클럽의 맥락과 구분하려는 의지가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이 단어가 일종의 방패처럼 비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은 깃발이다.
스크램블은 오픈한 지 이제 막 두 달이 지난 클럽이다. 그 자신이 테크노/ 베이스 계열의 음악을 트는, 디제이 두들로 활동 중인 정태민은 클럽 만드는 것을 아지트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했고, 아지트라면 동네에 있는 게 당연했다. 다만 그가 그리는 그림은 아지트로 끝이 아니었다.
손님으로 드나들며 알게 된 카페 에이커의 대표 박성호와 손을 잡았다. 모든 장르의 음악, 다만 자신들의 ‘바이브’와 통하는 디제이, 크루와 함께하는 클럽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주로 트랩, 베이스, 댄스홀, 드럼 앤 베이스에 걸쳐 있는 음악가들이다. 전주한옥마을이 우수 관광 상품으로 전국에 널리 알려지고, 전주국제영화제가 매해 좋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으며, 전주비보이그랑프리가 그에 못지않은 역사를 쌓아가는 중이지만 어느 쪽의 전주도 어둡고 파편적인 현대 댄스 음악과 연결 짓기는 어렵다. 스크램블이 자리한 전북대에는 그 흔한 디제이 동아리 혹은 EDM 동아리 하나 없다. 하지만 그들은 엉뚱한 데서 좋은 클럽을 만드는 방법을 찾지 않았다. 스크램블은 공간을 임대했다기보다 땅을 개간하는 중이었다.
스크램블의 주최로 3월부터 디제이 워크숍을 진행한다. 전주에 마땅한 디제이가 없다면 가르치고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일반 관객들에게도 학생 할인이나 무료 입장 이벤트 등으로 진입 장벽을 낮출 예정이다. 무엇보다 서울 외에 각 지방을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 대전의 ‘벤트’처럼 온전한 언더그라운드 클럽도 있지만, 광주의 ‘더즌 올 데이’처럼 타코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비정기적으로 이벤트를 여는 곳, 부산의 ‘피프틴 피트 언더’, ‘아웃풋’처럼 훌륭한 클럽도 있다. 각각 중점을 두는 음악이 다르고 그것을 믹싱하는 사람이 다르며 지역적 배경이 다르기에 흥미로운 충돌과 예기치 못한 재미가 생겨날 것이다. 체류비, 교통비, 식대처럼 지방에서 디제이를 유치할 때 가장 치명적인 부분을 교류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연대를 구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언더그라운드’라는 깃발은 방패보다 튼튼해질 것이다.
- 에디터
- 정우영
- 포토그래퍼
- 강민구, 이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