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drink

무가리츠 레스토랑의 셰프와 일문일답

2018.05.27GQ

깜짝 내한한 무가리츠 레스토랑의 안도니 루이스 아두리츠 셰프를 만났다. 스페인 분자 요리를 대표하는 전설적 셰프에게 그것 빼고 다 물었다.

무가리츠 셰프

여행이 요리에 영감을 준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그것이 ‘환기’인지 ‘배움’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착안’인지 궁금하다. 요리사가 자신이 세상에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일한다면, 세상도 무언가로 답하겠지. 하나의 반성, 아이디어, 그림, 아주 많은 요소가 다 가르침이 된다. 하지만 요리가 나아지는지는… 모르겠다.

요리가 나아진다는 건 뭘까? 어떤 사람들은 무가리츠가 정말 끔찍하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다고도 하고. 그런데 미식의 세계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없다. 그 생각은 갖다 버려야 한다. 내 마음에 든다, 들지 않는다만 존재한다. 난 세간의 혹평을 신경 쓰지 않는다. 섹스 같은 거다. 할 권리와 하지 않을 자유만 있을 뿐. 근데 사람들은 섹스에 대해 쓸데없는 소동을 벌인다. 맛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칭찬은 나에게 ‘이단아’라고 한 말이었다. <로봇 윤리>를 쓴 라파엘 카푸로가 내 요리를 맛보고 해준 말이다.

많은 셰프가 좋은 음식은 식탁에 앉은 사람들을 소통하게 만든다고 하는데, 무가리츠의 요리는 그보단 음식과 나 사이의 소통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게 뭐지? 이건 왜 이렇게 요리했을까…. 난 테이블에 지식을 차려낸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요리가 지식이라는 걸 생각 못하는 것 같다. 음식은 과거부터 축적된 지식이 정제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대에 와서 만드는 요리는 과거와 달리 창의적인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요리하는 목적은 ‘설득할 만한 창의성’을 찾는 것이다.

창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요리는 기존 요리와 어떻게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전통 요리는 오랜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고, 정보를 처리하는 열린 부호 같은 것이다. 세대와 세대를 거쳐 어떤 요리는 없어지기도 하고 어떤 요리는 사람들이 기여하기도 하고 더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더 큰 범위이며 혹은 훨씬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것들일 수 있다. 내가 하는 요리는 이보다 현재에 더 가깝다. 사진으로 치면, 전통 요리가 필름이고 내 요리는 폴라로이드다. 그 순간과 그 공간을 담아낸다.

늘 새로운 걸 만드는 데 몰두하는데, 지치지 않고 하는 비법이 있나? 두 가지다. 하나는 플랜 B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차선을 찾지 말고 하려던 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머리에서 해결 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늘 생각을 적어두는 일이다. 지금 내 휴대전화 메모장을 보여줄까? 스크롤이 끝이 없다. 이것 좀 봐라. 아직 안 끝났다. 이렇게 많다. 가장 최근에 쓴 문장은 “미래의 음식을 먹을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다. 한국 음식도 모르고, 스페인 요리도 모르고, 패스트푸드도 모르는 이들이다. 이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책임감이 늘어간다.

지금 당장의 가장 큰 걱정은 무엇인가? 아이디어를 강화하는 일. 사람들이 내 요리를 분자 요리라고 하는데, 사실 분자라는 것은 오렌지 주스에도 있다. 산소가 용해되는 것도 분자 단위의 일이다. 나는 분자 요리를 한다는 말보다 음식의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사람이다. 감각은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지식은, 두뇌는, 그렇지 않다. 지식이 없다면 요리는 물질일 뿐이다.

미식에도 트렌드가 있을까? 앞으론 트렌드를 꼽기가 더 힘들어질 거다. 이런 예를 하나 들어볼까? 지금 내가 한국의 대표 음식이 김치라고 말한다면 많은 사람이 큰 이견 없이 공감한다. 오랫동안 공통적인 공간에서 교류를 통해 형성된 생각이니까. 근데 요즘은 누구나 원하는 걸 할 수 있고 공간의 제약이 없는 글로벌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채로 수십 년이 지난다면 어떨까? 미래에도 트렌드를 이룰 만한 공감이 과연 자연스럽게 쌓일까?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김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