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보다 경청할 줄 아는 남자가 되자. 여자를 힘들게 하는 소개팅남의 ‘투 머치 인포메이션’을 공개한다.
1. 자동차 TMI 그 소개팅남은 굳이 내가 사는 동네로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차를 가지고 왔다. 차의 상태가 무척 깨끗하길래 “평소에 차 관리를 잘 하시나 봐요”라고 이야기했다. 알고 보니 구입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신차였다. 그 남자는 식사를 하러 가는 내내 이 차를 왜 샀는지, 다른 차와 비교해 무엇이 장점인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나중에는 운전면허조차 없는 내게, 수많은 자동차를 추천해줬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관심 없는 자동차 얘기를 듣느라 더 짜증이 났다. – 김지원 (편집 디자이너)
2. 전 여자친구 TMI 그 소개팅남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가 근심이 있어 보였다. 알고 보니 6년이나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말끝마다 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했다. 영화를 볼 때는 여주인공이 전 여자친구와 닮았다고 했고, 밥을 먹을 때는 전 여자친구가 이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는 졸지에 소개팅남의 전 여자친구 취향까지 파악하는 중이었다. 이럴 시간에, 그냥 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 이유진 (회사원)
3. 취미 TMI 소개팅을 주선해준 친구는 그 소개팅남이 음악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나도 음악을 좋아하니, 서로 잘 맞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 남자는 만나기 전부터 자신의 플레이 리스트를 캡처한 뒤 보내면서, 꼭 들어보길 권했다. 소개팅 당일에는 지금까지 자신이 수집한 음반을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콘서트에 가서 음악가에게 직접 받은 사인 자랑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방에서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이어폰을 종류별로 꺼내놓았을 때 그가 동호회를 하고 싶은 건지, 연애를 하고 싶은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 서윤 (사진가)
4. 회사 TMI 직장 동료가 소개시켜준 그 소개팅남은 동종 업계에서 일하고 있었다. 서로의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말문을 튼 주제 역시 일이었다. 뻔한 이야기지만, 어색함을 깨기 위해서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남자는 본인 회사의 복지, 연봉, 분위기 등을 낱낱이 공개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재정 상태, 새로운 사업 계획 등을 이야기할 때는 ‘내가 이런 것까지 알아도 되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마치 면접을 보러 온 것 같았다. – 홍예원 (회사원)
5. 가정사 TMI 그 소개팅남은 술을 시키자마자 불우했던 가정사에 대해서 늘어놓기 시작했다. 주로 부모님의 불화와 이혼, 자신을 구박하던 형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인데, 이런 나의 태도에 마음이 놓였는지 점점 깊은 이야기까지 털어놓았다. 지금 처음 만났는데 말이다. 결국 그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 어머니의 불륜, 본가의 전세와 보증금이 얼마인지도 자세하게 공개했다.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 그의 가정사를 듣는데,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 이지연 (여행사 마케터)
6. 군대 TMI 대학 때 만난 그 소개팅남은,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머리카락이 엉성한 길이로 자라 있는 복학생이었다. 소개팅은 오랜만이고, 대학 생활은 낯설 테니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해는 됐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군 생활 2년을, 2시간으로 함축해 이야기했다. 알긴 아는지 “군대 얘기 싫으시죠?”라고 거듭 확인하면서도, 군대 얘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정점은 군대에서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야기였다. 그가 다시 군대로 가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김현정 (방송 작가)
- 에디터
- 이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