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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세정제의 배신

2018.09.07GQ

손 세정제는 박테리아와 세균에게서 우리를 구원하는 영웅으로 곧잘 묘사된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유익할까?

손 세정제는 주변 어디에나 있다. 교실이나 기차, 헬스장 같은 공공장소에 비치되어 있는 건 물론이고, 휴대용 손 세정제를 아예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박테리아의 위협에 병적으로 쫓긴다. 모든 세균을 박멸해야 안심할 수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손 세정제는 일반적인 믿음처럼 그렇게 유익한 물건일까? 박테리아 전문가인 스튜어트 레비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세균만큼이나 항생제도 문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박테리아를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추면 신체 저항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박테리아에 내성이 생겨 결국에는 슈퍼 박테리아가 탄생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전문가인 에린 아센자 역시 과도한 멸균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손 세정제가 우리에게 필요한 박테리아까지 모두 박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손 세정제를 사용하면 독감 같은 질병을 예방할 수는 있을까? 콜럼비아 대학의 피부병학 조교수인 린지 보르돈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고 답한다. 그에 따르면 독감 바이러스는 금속 표면에서 최대 24시간까지 생존한다. 예를 들어 독감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 잡았던 지하철 손잡이를 누군가 다시 잡으면 바이러스에 전염될 확률이 높다. 이 경우라면 손 세정제는 독감을 막을 수 있다. 손 세정제에 함유된 알코올 성분이 대다수의 바이러스, 박테리아, 세균을 없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감염은 접촉보다 호흡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게다가 손 세정제를 자주 사용하는 건 손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알코올 성분이 손을 건조하게 만들고, 심하면 염증이나 발진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 질병 통제 예방센터는 여전히 손 세정제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와 여타 멸균이 필요한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사는 모든 이들이 매순간 세균에 위협을 느낄 필요는 없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지만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에디터
    아담 헐리(Adam Hur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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