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아름다운 곳을 찾았다. 꺼지지 않는 조명처럼 빛나는 장소 8곳.
바로비에르&토소
불가리 호텔, 베이징
중앙 홀의 나선 계단을 관통해 ‘스핀 샹들리에’가 쏟아진다. 밀라노, 발리, 런던에 이어 지난해 개관한 불가리 베이징 호텔의 심장부엔 7백21년간 베네치아 무라노 유리공예의 전통을 지켜온 유서 깊은 브랜드 바로비에르&토소의 샹들리에가 자리한다. 장인이 세공한 거대한 빛은 나선 구조에 반사되며 빛과 빛을 주고받는다. 그 광경은 바로비에르 가문의 천사와 종과 별의 문장처럼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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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리가티’ 베이스를 모델로 만든 리가티 펜던트 조명. thelightcouture.com
바카라
B Bar, 도쿄 마루노우치
가장 극적인 바카라의 순간. 금속처럼 정하고 얼음처럼 투명한 크리스털 오브제를 만들어내는 바카라의 샹들리에는 단독으로 있을 때 그 존재감이 명징히 드러난다. 도쿄에서 제일 화려한 긴자 마루노우치에 있는 B Bar는 어두운 조도의 바 안, 압도적인 하나의 샹들리에를 둔다. 제니스 샹들리에, 르아 솔레이유 샹들리에 등 당시 가장 독보적인 제품을 위스키와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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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스탁과 컬래버레이션한 봉주르 베르사이유 램프. baccarat.kr
라스빗
알 아지자 모스크, 메카
신도들은 신의 빛을 찾아 모스크에 온다. “알라의 빛은 유리 안의 램프 같고, 그 빛은 올리브 기름에서 반짝이는 보석별처럼 빛난다.” 라스빗은 코란의 한 구절을 메카의 알 아지자 모스크에 재현했다. 기하학적 아라비안 패턴에 3천2백40개의 유리 조각과 5백80개의 진주를 엮어 2천9백5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샹들리에를 완성했다. 체코의 보헤미아 유리가 아라비아의 신성한 빛이 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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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쇼이 극장의 샹들리에를 재해석한 ‘네버 엔딩 글로리’. bo-e.co.kr
아르테미데
루브르, 아부다비
빛은 상태에 가깝다. 공기, 습도처럼 흐르는 것. 천장 돔에 수천 개의 구멍이 뚫린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은 그 궁극의 상태를 지향하고, 아르테미데의 조명은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광에 대응해 최적의 감상 환경을 조성한다. 우주항공학 엔지니어 지오몬디가 설립한 아르테미데는 환경과 빛의 관계와 기술을 연구해왔다. 그들은 이제 ‘빛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의 답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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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혹은 여러 개로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오르사 펜던트. duomokorea.com
플로스
산타 마리아 델라 카리타, 브레시아
하늘과 가까운 빛. 16세기에 지은 산타 마리아 델라 카리타는 바로크 시대의 품위를 간직한 성당으로, 중앙의 돔엔 천상으로 날아오르는 새가 그려진 프레스코화만큼 인상적인 플로스 조명이 설치돼 있다. 스무 개의 면마다 각 세 개씩 투명 전구를 설치해 강하고 화려한 빛을 발산하는 카스티글리오니 조명이다. 라틴어로 ‘꽃’을 뜻하는 플로스는 만개한 꽃처럼 충만한 빛으로 공간을 채우는 조명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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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반더스가 거미줄이 쳐진 샹들리에에서 영감 받은 제플린. duomokorea.com
보치
캐나다 하우스, 런던
보치의 조명엔 공간을 꿈틀대며 확산하는 넝쿨식물 같은 힘이 있다. 캐나다 하우스 층계참을 관통한 ‘57’은 유연한 서스펜션 기능으로 펜던트를 자유롭게 구성해 기존의 딱딱한 공간을 비정형적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경계 없는 디자이너 오메르 아르벨은 늘 공간의 구조에 맞게 휘어지고 확대되는 컬렉션을 창조하며, 불이 밝혀진 공간은 하나의 소우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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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28’은 크기와 색을 취향껏 조합한다. @assemblage_seoul
루이스 폴센
세븐스타 트레인, 규슈
조명 디자인의 역사 그 자체인 폴 헤닝센의 ‘PH 아티초크’를 누릴 수 있는 곳은 지상 뿐만이 아니다. 일본 규슈의 자연을 일주하는 세븐스타 트레인은 키노시타 모쿠기의 목재, 가키에몬의 아리타 도자기 등 장인의 작품만을 사용하는 기차로, 조명으로는 루이스 폴센의 PH 아티초크를 선택했다. 총 72개의 날개로 구성된 셰이드를 통해 부드럽게 확산되는 빛은 규슈의 자연처럼 온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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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색 유리로 제작한 PH 3½-3 펜던트 앰버 한정판. innometsa.com
톰 딕슨
버진 보야지호, 플로리다
인더스트리얼리스트 톰 딕슨이 이번엔 바다로 갔다. 크루즈 ‘버진 보야지’호로 들어가는 파사드에는 ‘톰 딕슨’다운 금속 펜던트 조명들이 압도적으로 설치돼, 새로운 곳으로 모험을 떠나는 포털의 극적인 무드를 조성한다. 통로로 들어간 연회장엔 푸른 금속 조명이 폭포처럼 떨어진다. 바다 위 도시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유토피아처럼 톰 딕슨의 조명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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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커팅으로 빛 반사가 무한히 반복되는 커트 톨 펜던트. duomokorea.com
- 에디터
- 이예지
- 사진
- Courtesy of Bvlgari Hotel Beijing, Courtesy of Baccarat, Lasvit, Mohamed Somji, Germano Borrelli, Gwenael Lewis, Hiroyuki Mayuzumi, and Hirokazu Fukushima, Courtesy of Tom Dix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