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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올해의 스니커즈 TOP 10

2018.12.03GQ

어글리 슈즈, 오프화이트와 나이키의 협업, 아디다스 이지 시리즈 등 올해도 스니커즈 발매 소식은 끊임 없었다. 우리는 어떤 신발을 사기 위해 뛰어다니고, 잠을 설쳤을까? 올해를 빛낸 10개의 신발을 소개한다.

1. 에어 맥스 98 ‘건담’ (1월 26일)
올해는 에어 맥스 98의 30주년이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에어 맥스 98은 에어 맥스 97, 에어 맥스 95만큼 인기가 많은 신발은 아니었다. 에어 맥스 98이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재작년에 진행한 슈프림과의 협업 때문이다. 어글리 슈즈의 전세계적인 유행도 한몫 했다. 세상에 나온 지 약 30년만에 에어 맥스 98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올해 재발매된 에어 맥스 98 ‘건담’은 1998년에 발매된 오리지널 색상이다. 에어 맥스 98의 모든 색상을 통틀어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이기도 하다.

 

2. 이지 500 ‘블러쉬’ (2월 16일)
아디다스와 카니예 웨스트의 이지 500은 발매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지 부스트 750, 350, 350 V2, 700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이지 시리즈인 데다가, 앞서 발매된 이지 부스트와는 달리 부스트 폼이 전혀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스트 폼 대신 아디다스 코비 3 시리즈의 미드솔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 너무 오래된 사양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이 신발은 불티나게 팔렸다. 이지 500 ’블러쉬’, ‘슈퍼문 옐로’, ‘유틸리티 블랙’ 등의 색상이 대량 발매되면서 인기가 한풀 꺾이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기우였다. 올해 발매된 이지 500 ‘블러쉬’는 어글리 슈즈의 유행을 타고,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신발이 되었다.

 

3. 에어 조던 3 ‘서울’ (3월 10일)
한정판 신발이 매주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와 도시를 상징하는 신발은 그 어떤 신발보다 특별할 것이다. 예를 들면 2011년에 발매된 에어 조던 5 ‘도쿄’다. 도쿄에서만 한정 판매되었고 워낙 소량이었기에, 현재는 4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88 서울 올림픽의 30주년을 기념해, 우리도 특별한 에어 조던을 갖게 되었다. 바로 에어 조던 3 ‘서울’이다. 1988년은 에어 조던 3가 발매된 해이기도 하다. 이 신발에는 에어 조던 시리즈 최초로 한글과 태극기가 새겨졌다. 설포에 새겨져 있던 점프맨 로고를 빼면서까지 말이다. 사실, 팅커 햇필드는 신발의 아웃솔을 투명하게 만들고 그 안에 태극기를 넣을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에어 조던 3 ‘서울’을 담당한 한국계 디자이너 댄 선우는 태극기를 밟고 다닐 수 없다며 현재의 디자인을 고수했다고 한다.

 

4. 에어 맥스 1/97 ‘션 워더스푼’ (3월 26일)
작년 에어 맥스 데이, 나이키는 에어 맥스의 30주년을 기념해 12명의 팬과 아티스트를 초대했다.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에어 맥스를 디자인했다. ‘보트 포워드’라는 콘테스트를 통해, 이중 단 하나의 에어 맥스가 실제로 제작되는 영광을 누렸다. 우승자는 평생 에어 맥스의 팬이었다고 밝힌 션 워더스푼이었다. 션 워더스푼이 디자인한 에어 맥스는 올해 3월 26일, 에어 맥스 데이 때 정식으로 발매되었다. 에어 맥스 1/97 ‘션 워더스푼’은 에어 맥스 1과 에어 맥스 97의 세부가 뒤섞인 모델이다. 빈티지라는 콘셉트에 맞게 갑피는 코듀로이 소재로 만들었다. 오래된 느낌의 색상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디자이너가 아닌, 팬이 만든 에어 맥스라는 점이 스니커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5. 에어 조던 4 ‘트래비스 스콧’ (6월 09일)
우리는 한정판 스니커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제 한정판 색상만으로는 스니커 마니아들을 열광시킬 수 없다. 이 때문에 스니커 브랜드들은 인기 있는 아티스트와 협업을 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올해 초, NBA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트래비스 스콧의 낯선 신발에 스니커 마니아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밝은 하늘색을 가진 에어 조던 4였다. 트래비스 스콧은 고향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하늘색은 트래비스 스콧의 고향인 텍사스에 연고를 둔 휴스턴 오일러스의 팀 색상이다. 올해, 조던 브랜드는 자신들의 새로운 모델로 트래비스 스콧을 선택했다. 앞으로도 단순히 색상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트래비스 스콧만의 이야기를 담은 협업을 기대해본다.

 

6. 오프화이트 × 에어 조던 1 ‘UNC’ (6월 23일)
작년 말, 오프화이트와 나이키의 협업으로 발매된 ‘더 텐’ 컬렉션은 아디다스 이지 부스트의 아성을 잠재울 정도로 인기가 엄청났다. 10개월 동안 만든 10개의 신발, 더 텐 컬렉션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가진 신발은 오프화이트 × 에어 조던 1이었다. 오프화이트의 수장인 버질 아블로는 더 텐 컬렉션을 제작하면서, 자신의 디자인 원천은 1990년대고 자신에게 마이클 조던은 항상 영웅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올해 발매한 에어 조던 1 ’UNC’는 마이클 조던의 모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을 상징하는 하늘색이다. 에어 조던 1의 인기 색상인 ‘브레드’, ‘블랙 토’를 기대한 팬들도 많았지만, 버질 아블로는 자신의 영웅을 기념하는 데 집중했다.

 

7. 리액트 엘리먼트 87 ‘프리퀄’ (7월 13일)
지금까지의 목록을 되돌아 보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올해를 빛낸 대부분의 스니커는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또는 오리지널 제품을 재해석한 레트로 모델이었다. 이 모든 법칙을 깨고, 올해의 스니커라고 불리는 신발이 있다. 바로 나이키 리액트 엘리먼트 87이다. 올해, 나이키는 에픽 리액트를 시작으로 새로운 폼 쿠셔닝인 리액트를 선보였다. 리액트 엘리먼트 87은 두꺼운 리액트 폼 쿠셔닝, 투명 메시로 이뤄진 갑피, 어글리 슈즈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프리퀄’이라는 애칭이 생긴 흰색, 검은색 모델 이후에도 리액트 엘리먼트 87의 인기는 이어졌다. 올해 새롭게 출시된 모델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신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 오프화이트 × 나이키 에어 프레스토 V2 (8월 3일)
오프화이트 × 나이키 더 텐 컬렉션을 보다가 ‘이게 대체 무슨 신발이지?’ 싶은 모델이 있었을 것이다. 바로 에어 프레스토다. 기존의 에어 프레스토와 전혀 다른 디자인의 메시 소재 갑피였고, 설포 위에 두꺼운 설포 하나를 더 얹은 모양새였다. 측면의 커다란 스우시도 낯설었다. 버질 아블로의 새로운 디자인 덕분일까? 올해 에어 프레스토는 탄생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검정색과 흰색 두 가지 색상으로 발매된 에어 프레스토 V2는 에어 조던 1, 베이퍼 맥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9. 이지 부스트 700 ‘웨이브 러너’ (09월 15일)
이지 부스트 700 ‘웨이브 러너’는 작년 첫 출시 이후, 올해 두 번 재발매되었다. 국내에서는 9월에 처음 정식 발매됐다. 이지 부스트 700은 카니예 웨스트가 디자인한 어글리 슈즈다. 카니예 웨스트가 이 신발을 신고 나왔을 때, 몇몇 스니커 마니아들은 “이지가 끝났다”고 말했다. 너무 못생겼기 때문이다. 작년,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에스가 전세계 스니커 마니아들을 놀라게 한 이후, 나이키와 아디다스도 어글리 슈즈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2년간 못생긴 신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 성공한 신발이 과연 몇이나 될까? 1년 사이에 3번이나 발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스니커 마니아들이 여전히 열광하는 어글리 슈즈는 이지 부스트 700이 유일할 것이다. 가죽과 메시 소재가 뒤죽박죽 섞인 어퍼, 여러 가지 색상의 조합, 큼지막한 미드솔, 신발 곳곳에 숨겨진 스카치까지 이 신발은 어글리 슈즈의 정석이다. 다른 어글리 슈즈와의 차이점도 있다. 이지 부스트 700에는 아디다스의 부스트 쿠션이 들어 있다. 그 어떤 어글리 슈즈들보다 편하다.

 

10. 에어 조던 11 ‘콩코드’ (12월 08일)
올해를 빛낸 10개의 신발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니커 마니아라면 처음부터 정해 놓은 단 하나의 신발이 있을 것이다. 바로 에어 조던 11 ‘콩코드’다. 에어 조던 11 ‘콩코드’는 스니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신발 중 하나다. 마이클 조던이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다시 왕의 자리를 되찾기까지 함께 한 신발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조던 본인은 물론 에어 조던 시리즈를 디자인한 팅커 햇필드도 에어 조던 11 ‘콩코드’를 최고로 꼽는다. 이 신발을 구하기 위해 몰려든 엄청난 인파로 인해 매장이 부서지고, 인명 피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올해의 마지막 달, 에어 조던 11 ‘콩코드’가 7년만에 돌아온다. 그 동안 힐컵에 45번이 새겨진 신발은 마이클 조던이 신었던 모델과 샘플로만 존재했다. 판매용 신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콩코드가 다 이겨”라는 농담이 생길 정도로 이 신발 앞에서 발매 가격은 무의미하다. 말 그대로 왕의 귀환이다.

    에디터
    글 / 오렌지킹 (스니커 칼럼니스트)
    사진
    나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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